한글문화연대 415

몸에 관한 토박이말

사람 몸의 각 기관을 가리키는 우리말은 400여 개가 넘는다. 머리, 얼굴, 손, 발, 팔, 다리, 허리 들처럼 바깥 부분의 구조는 주로 토박이말(=순 우리말)로 불리고 있고, 심장, 간, 폐, 위, 창자 들처럼 몸 안의 구조는 대부분 한자말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몸 안의 구조도 예전에는 거의 토박이말로 불리었다. 다만, 몸 바깥 부분과는 달리, 몸 안의 부분에 대한 이름은 주로 의학 용어로 기록되고 사용되어 온 까닭에 한자말로 차츰 바뀌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나날살이에서는 아직 몸 안의 부분에 대한 순 우리말들이 많이 남아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숨 쉬는 기관인 폐에 대해서도 우리말인 ‘허파’, 또는 ‘부아’가 아직 널리 쓰인다. 분한 마음이 울컥 솟아나는 것을 “부아가 치민다.”라고 하는데, ..

변변한 집안의 칠칠한 사람은?

나날살이에서 자주 쓰고 있는 말 가운데, 긍정적인 말인데도 부정적인 뜻으로 잘못 쓰이는 말들이 더러 있다. 흔히 ‘변변하다’를 보잘것없다는 뜻으로 잘못 알기 쉬운데,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변변하다’는 “제대로 갖추어져 충분하다”는 뜻이다. “변변한 나들이옷 한 벌 없다.”처럼 쓰인다. 또, “살림살이가 남에게 떨어지지 않다”는 뜻도 가지고 있어서, “변변한 집안에 시집보내야 고생하지를 않지.”라고 쓸 수 있다. 이 말을 부정적으로 써서 보잘것없다는 뜻으로 표현하려면, 그 뒤에 ‘않다’를 붙여서 ‘변변하지 않다’로 써야 한다. ‘변변하지 않다’는 ‘변변치 않다’, ‘변변찮다’처럼 줄여 써서 모자라거나 남보다 못한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칠칠하다’란 말이 있다. 언뜻 생각하면..

우리말을 망치는 잘못된 높임법

할인점이나 은행에 다녀보았다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일 텐데, 요즘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의 말투를 들어보면, 고객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젖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고객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말을 하고, 말을 듣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듯하면 화를 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무분별한 높임법 사용이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나친 높임법이 우리말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사례를 몇 가지 들어 보자. 높임법은 말을 듣는 상대를 높이기 위한 말법이다. 그 사람과 관련이 없는 사물에는 주체 높임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험설계사가 청약서를 쓰면서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또는 “생년월일이 언제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듣는데, 이 말은 “주소..

교포, 동포, 교민의 차이

요즘에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우리 민족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거나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라 밖에 있는 우리 민족을 표현하는 말도 많아졌다. 그 가운데 ‘교포’와 ‘동포’가 서로 잘 구별되지 않은 채 쓰이는 일이 잦다. ‘교포’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자국민을 뜻하는 말이고, ‘동포’는 사는 곳에 관계없이 같은 민족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말하자면, ‘동포’는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들이라는 넓은 의미로 쓰이고, ‘교포’는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보다 좁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들은 서로 의미가 중복되거나 불분명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의 두 가지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하기로 하였다..

분은 삭이고 밥은 삭히고

요즘 나라 안팎에서 끔찍한 범죄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보도를 대할 때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마음은 곧 범죄자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는데, 언론에서는 “분노를 삭히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자.”는 기사를 싣기도 한다. 이때 ‘분노를 삭히고’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화가 난 사람의 분노나 울분은 삭히는 것이 아니라 삭이는 것이다. “분노를 삭이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자.”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 된다. ‘삭다’의 사동형인 ‘삭이다’는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다.” 또는,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냉수 한 사발을 마시고는 분을 삭였다.”라든지, “밥 한 그릇을 다 먹고도 10분..

거짓말시키는 사람은 누구?

“시키다”는 ‘무엇을 하게 하다’는 말로서, “일을 시키다”, “공부를 시키다” 들처럼 쓰인다. 또는 앞말에 붙여서, “안심시키다”, “실망시키다”, ‘이해시키다’, ‘입원시키다’ 들처럼, ‘안심하게 하다’, ‘실망하게 하다’, ‘이해하게 하다’, ‘입원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가령, “취직시키다”고 하면, 자기가 취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취직을 하게 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쓰는 사례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시키다’가 붙어서 사동을 나타내는 말이 아님에도 마구 붙여 쓰는 사례들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연속극에서 보니, “남편을 설득시켜 보세요.”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남편을 설득해 보세요.”라고 써야 한다. 이와는..

‘가장’과 ‘너무’

우리 글자인 한글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해서인지 무엇이든 과장하기를 좋아해서 ‘가장’, ‘제일’, ‘최초’, ‘최고’ 등의 부사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 말들을 쓰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낱말들을 남용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표현상의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이란 부사어는 ‘최고’, ‘으뜸’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어떤 조건 아래에서 오직 하나의 대상만을 가리킬 뿐이다. ‘가장’이란 말 뒤에 ‘~중에 하나’라는 말이 이어지면 앞뒤의 호응이 맞지 않게 된다. 이렇게 과장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부사어를 남용하는 바..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주로 모임이나 행사에서 사회자가 귀빈을 청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귀빈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있다’를 ‘계시다’로 높이는 경우는 그 주어가 사람일 때에 한한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에서 ‘계시다’의 주어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인데, ‘말씀’ 자체가 높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인사 말씀을 하시겠습니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존칭과 관련해서, 직장 상사에 대해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가령,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에 대하여 말할 때, “과장님 아직 안 오셨습니다.”가 옳은지, “과장님 아직 안..

11월 첫째 주 목요일은?

날씨가 추워졌다. 어느덧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한 해 동안 소원했던 벗들의 연락처를 뒤적이는 이들이 많아진다. 어떤 만남이나 모이는 날을 약속할 때에 우리는 '몇째 주 무슨 요일'이라는 말을 흔히 쓰게 된다. 11월 달력을 펴보자. 금요일부터 1일이 시작된다. 자연히 8일은 '둘째 주 금요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첫째 주 목요일'은 7일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첫째 주' 목요일의 바로 다음날이 '둘째 주'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11월의 경우, 1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첫째 주' 목요일은 오지도 않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7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이 주중에서 시작될 때, 그 주도 그 달의 한 주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걸고 끼고 쓰고 차는 것들

우리 몸을 치장하는 액세서리를 한자말로는 장식물이라 하고 순 우리말로는 치렛거리라고 한다. 우리 몸의 일부에 착용하는 치렛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목걸이와 귀고리, 팔찌, 시계, 반지와 같은 것들이다. 얼굴에 달거나 목에 끼우는 것은 ‘걸다’라고 하기 때문에, 귀에 다는 귀고리라든지 목에 끼우는 목걸이는 모두 ‘귀고리를 걸다’, ‘목걸이를 걸다’처럼 ‘걸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흔히 “예쁜 목걸이를 한 사람” 또는 “금목걸이를 찬 사람” 이렇게 ‘목걸이를 하다’, ‘목걸이를 차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목걸이를 걸다’가 바른 표현이다. 목걸이와는 달리, 귀고리의 경우에는 ‘귀고리를 걸다’와 ‘귀고리를 끼다’가 모두 맞다. 귀에 구멍을 뚫어서 그 구멍에 고리를 끼우기도 하기 때문에 ‘귀고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