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415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우리는 흔히 ‘금요일’을 ‘금요일날’로 말하거나 ‘8일’을 ‘8일날’로, ‘30일’을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저 ‘금요일’이나 ‘30일’이라 하면 되는 것을 왜 ‘금요일날’, ‘30일날’로 말하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날짜 가리킴말에서 옮아 온 것이다. 비록 한자말 ‘일일, 이일, 삼일, …’에 밀려나긴 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초하루, 초이틀, 초사흘, …’이라 말했다. 이를 달리, ‘초하룻날, 초이튿날, 초사흗날, …’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때문에 ‘일일, 이일, 삼일’이라 말할 때에도 ‘일일날, 이일날, 삼일날’로 잘못 말하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는 날짜를 상대적으로 가리킬 때에는 ‘오늘,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 어제, 그제, 긋그제..

거꾸로 쓰고 있는 말들

주위에서 보면, 흔히 ‘자문’이란 말을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라든지, “자문해 주십시오.”, “자문을 받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문을 구하다’나 ‘자문을 받다’는 모두 본디 의도를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고쳐 쓰면,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하려고 한다.”로 해야 하고, “자문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자문에 답변해 주십시오.”로 표현해야 바른 말이 된다. ‘자문을 받다’라는 말도 “자문에 대답을 받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자문’이란 낱말은 남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뜻이다. 곧 ‘질문’이라는 말과 뜻과 쓰임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사 받다’도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언니와 아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를 부를 때에나, 여자가 손위인 남자를 부를 때에..

'사리'와 '개비'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면 한 사리 더 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손이 시려워”는 잘못 쓰는 말

어렸을 때,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던 노래 가운데,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란 소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설을 앞두면 귀마개를 하고 밖에서 놀았었는데, 요즘에는 손은 시려도 귀가 시릴 만큼 춥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노래에서 “손이 시려워”라고 말하거나, 일상생활에서 “귀가 시려울 만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 우리말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찬 것에 닿아서 느낌이 몹시 저린 듯이 괴로울 때 흔히 “시렵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시리다”가 올바른 말이다. 우리말에 ‘시렵다’는 없다. “시려워”는 “시리어”나 “시려”로 고쳐서 말해야 하고, “시려울 만큼”도 “시릴 만큼”으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발 시려운 사람”이 아니라, “발 시린 사람”이 맞다. 방송에..

감기는 들고 몸살은 나고

우리말에 ‘나다’와 ‘들다’가 있다. 안에서 밖으로 가면 ‘나다’이고 밖에서 안으로 오면 ‘들다’이다. 옛날에는 들어오는 행위를 우선하고 나가는 행위를 뒤쪽에 두었기 때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드나들다’라고 말했다. 연거푸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들락거린다’, ‘들락날락거리다’라고 표현했다. 또 남의 집에 드나들면서 그 집 일을 해주는 것을 ‘드난살이’라고 했다. 흔히 파출부라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말 드난살이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모든 동작을 옛 시대와는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보게 되었다. 먼저 나가고 난 뒤에 들어온다고 해서 ‘나들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갈 때 입는 옷을 ‘난벌’이라 하고 집 안에 들어와서 입는 옷을 ‘든벌’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합하면 ..

‘어른답다’와 ‘어른스럽다’의 차이

우리말에 ‘○○답다’와 ‘○○스럽다’가 있다. 요즘 우리 생활 주변이나 방송에서 이 말들을 구별 없이 쓰는 이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본디 뜻과 쓰임이 다른 표현이니 잘 가려 써야 할 말이다. 흔히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스럽게 행동하시죠.”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른에게 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이럴 때에는 “어른이 됐으면 좀 어른답게 행동하시죠.”라고 해야 바르게 말한 것이다. 반면에, 어린 아이를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다웠다.”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때에는 “나이는 어리지만 행동은 어른스러웠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답다’는 어떤 말 뒤에 붙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나 자격이 있음을 나타낸다. ‘사람답다’, ‘남자답다’, ‘어른답다’처럼 쓰게 된다..

하루를 어떻게 나누어 부를까?

갑오년 새해가 큰 추위 없이 환하게 밝았다. 이맘때가 한 해의 첫머리라면, 하루의 첫머리는 새벽이다. ‘새벽’은 “막 먼동이 트려고 하는, 날이 밝을 무렵”을 가리키는 말이다. 새벽을 또 나누어, 아주 이른 새벽은 ‘꼭두새벽’이라 하고, 아직 어스레한 새벽은 ‘어둑새벽’이나 ‘어슴새벽’이라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정이 지나 아침이 되기 전까지를 그냥 새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새벽 1시’, ‘새벽 2시’라고 보도하는데 이것은 합리적인 표현이라 볼 수 없다. 이때는 ‘낮 1시, 낮 2시’와 대비하여 ‘밤 1시, 밤 2시’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현대인에게 오전 1시는 아무래도 새벽이라기보다는 밤이라고 하는 게 어울린다. 하루는 크게 낮과 밤으로 나눌 수 있다. 해가 뜰 때..

돈! 돈! 돈!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서민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돈 가운데 가장 큰돈이 오만 원짜리인데, ‘오만’이라는 숫자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아주 큰 것을 가리킬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래서 ‘매우 많은 수량’을 뜻하는 ‘오만’이라는 명사가 우리말에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생각을 다 한다는 뜻이다. 또, 수다스럽게 수없이 떠드는 소리를 ‘오만소리’라고도 한다. 이 ‘오만’을 순 우리말로 바꾸면 ‘닷골’이 된다. ‘닷’은 ‘다섯’의 준말이고, ‘골’은 ‘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골백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 ‘골’은 ‘만’이기 때문에, ‘골백번’이라고 하면 만의 백 배 곧 백만 번이란 뜻이 된다. 그..

건달, 놈팡이, 깡패는 다국적 언어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겠지만, ‘건달’이나 ‘놈팡이’, ‘깡패’ 같은 말들은 모두 외국말의 영향으로 생겨난 말들이지 본래의 우리말이 아니다. ‘건달’이란 말은 불교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불법을 수호하고 있다는 여덟 신장 가운데 하나인 ‘건달바(Gandharv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건달바’는 우리말이나 한자말이 아니라 고대 인도어라고 할 수 있다. 건달바는 음악을 맡아보는 신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노래만 즐기기 때문에,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을 ‘건달’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건달 앞에 다시 빈손이라는 뜻을 가진 백수를 붙여서 ‘백수건달’이라 하면,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을 가리키게 되는 것이다. 건달을 낮춰서 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