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82

(얼레빗 제4739호) 내일은 처서, 살사리꽃이 한창일 때

내일 화요일은 24절기의 열넷째인 처서(處暑)입니다. 이제 우리를 힘들게 했던 불볕더위도 처분하고 가을을 재촉하는 건들바람이 부는 때지요. 이즈음 옛사람들의 세시풍속 가운데 가장 큰 일은 ‘포쇄(曝曬)’라고 해서 뭔가를 바람이나 햇볕에 말렸습니다. 부인들은 여름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책을 말리는 방법은 우선 바람을 쐬고(거풍, 擧風), 아직 남은 땡볕으로 말리며(포쇄)하며, 그늘에 말리기도(음건, 陰乾) 합니다. ▲ 처서 때가 되면 부인들은 옷을, 선비들은 책을 말렸다.(그림 이무성 작가) 처서 무렵 우리에게 익숙한 꽃은 한해살이풀 코스모스인데 토박이말로는 ‘살사리꽃’이라 부르지요.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로 1910년 무렵 건너왔다고 하며,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얼레빗 제4735호) 오늘(8.7.)은 입추, 어디 척서단 같은 소식 없나요?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후 8월 15일에 말복이 들어 있어 아직 복지경(伏地境) 곧 불볕더위가 한창일 때지요. 그런데 우리 겨레는 왜 입추 뒤에 말복 그리고 처서가 오게 했을까요?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입니다. ▲ 입추 뒤에 말복과 처서가 온다.(그림 이무성 작가) “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성 쌓는 곳에서 감독하고 일하는 많은 사람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밤낮으로 떠오르는 일념을 잠시..

(얼레빗 제4727호) 오늘은 소서, 이웃에게 솔개그늘 되어볼까?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한 번째인 소서(小暑)입니다. 소서라는 말은 작은 더위를 뜻하지만 실은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인데다 장마철과 겹쳐서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때지요. 그런데 소서가 되어도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면 많이 늦은 것입니다. 그래서 "소서 모는 지나가는 사람도 달려든다.", "7월 늦모는 원님도 말에서 내려 심어주고 간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다."라는 속담 따위가 있을 정도지요. 하지만, 정상적으로 심었다면 이때쯤 피사리와 김매기를 해 주어야 하는데 이때는 더위가 한창이어서 논에서 김매기를 하는 농부들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하고, 긴긴 하루해 동안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지요. ▲ 소서(小暑), 김매기와 피사리로 허리가 휘는 농부들(그림 이무성 작가) 이때 ‘솔개그늘..

(얼레빗 제4723호) 오늘은 하지, 음기가 시작하는 날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째인 하지(夏至)입니다. 이때 해는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 잡는데, 그 자리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하지요. 한 해 가운데 해가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어서 북반구의 땅 위는 해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쌓인 열기 때문에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올라가 몹시 더워집니다. 또 이때는 가뭄이 심하게 들기도 하고, 곧 장마가 닥쳐오기 때문에 농촌에서는 일손이 매우 바쁩니다. 누에치기, 메밀 씨앗 뿌리기, 감자 거두기, 고추밭 매기, 마늘 거두고 말리기, 보리 수확과 타작, 모내기, 늦콩 심기, 병충해 방재 따위는 물론 부쩍부쩍 크는 풀 뽑기도 해주어야 합니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예전엔 이모작을..

가득 차 있으면 빈 곳도 있는 ‘소만’

보릿고개 - 이영도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로 ‘소만(小滿)’이다. 소만이라고 한 것은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차기[滿] 때문인데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는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 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 것도 별미다. 이때 특별한 풍경은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대신 대나무만큼은 ‘죽추(竹秋)’라 하여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죽추(竹秋)”란 대나무가 새롭게 생기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느라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얼레빗 제4713호) 전통차, 입하 전후 딴 잎으로 가공한 것이 좋아

사흘 뒤면 24절기 가운데 일곱째인 입하(立夏)로 이때는 한창 찻잎을 따는 시기입니다. 일본에서 발달한 녹차는 곡우(穀雨, 4월 20일) 전에 딴 우전차(雨前茶)를 으뜸으로 치지만, 조선시대 차의 성인으로 불린 초의(艸衣)선사는 '우리의 차(茶)는 입하(立夏) 전후가 가장 좋다.'라고 하였습니다. 원래 쪄서 가공하는 우전차는 신선하고 향이 맑기는 하지만 우리의 전통 덖음차는 입하 때 딴 잎으로 덖었을 때 깊고, 구수하며, 담백한 맛을 내는 차지요. 그렇게 다른 까닭은 두 차가 사촌지간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품종이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야생으로 맥이 이어져 온 전통차의 가공방법은 솥에 열을 가하면서 비비듯 하는 덖음방식이며, 그렇게 해서 만든 차를 우려내면 빛깔은 다갈색..

오늘 “곡우”, 부부가 잠자리도 피하는 날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어제는 24절기 ‘청명’, 오늘은 명절 ‘한식’

어제는 24절기의 다섯 번째 청명(淸明)이고, 오늘은 예전 명절처럼 지냈던 한식(寒食)이다. 청명과 한식은 하루 차이이거나 같은 날이어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다. 이날 성묘(省墓)를 간다. 옛날에는 한 해에 네 번, 그러니까 봄에는 청명, 여름에는 중원 (中元, 7월 15일), 가을에는 한가위, 겨울에는 동지에 성묘했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청명(淸明)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 3백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 주는 데 이를 ‘사화(賜火)’라 했다. 수령들은 한식(寒食)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寒..

(얼레빗 4707호) 오늘 춘분, 엄숙히 논밭을 갈아야

오늘은 24절기의 넷째 ‘온봄날’ 곧 ‘춘분(春分)’으로 해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춘분점(春分點)에 왔을 때입니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 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고 봅니다. 음양이 서로 반이란 더함도 덜 함도 없는 중용의 세계를 생각하게 되지요. 이렇게 24절기는 단순히 자연에 농사를 접목한 살림살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세계를 함께 생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 "춘분 즈음에 하루 논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가 고프다." (그림 이무성 작가) 춘분 무렵엔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골라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천둥지기 곧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으려고 물꼬를 손질하지요.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

경칩, 은행 씨앗 선물로 주고받는 토종 연인의 날

오늘은 24절기의 셋째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놀란다는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蟄)’이 어울린 말로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원래 ‘계칩(啓蟄)’으로 불렀으나 기원전 2세기 중국 전한의 6대 황제였던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황제 이름에 쓰인 글자를 피해서 계'자를 '경(驚)'자로 바꾸어 '경칩'이 되었다. 중국의 전통의학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 기원전 475~221)》에 계절의 변화와 인간의 삶에 대해 언급된 이래,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945),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1281) 등 여러 문헌에 경칩 기간을 5일 단위로 3후로 나누고 있다. ▲ 겨울잠 자던 개구리 깨어나는 경칩, 봄맞이 채비를 할까?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