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제 언치 뜯는 말

교사들에게 학교 폭력에 대해 강의를 하는 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신청자가 없어 취소될 뻔한 강의가 있었는데 막상 강의실에 가 보니 수십 명의 교사들이 화난 얼굴로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사정을 짐작한 이 선생님이 "여러분들, 누구한테 화를 내고 오셨습니까?"라고 묻자 모두들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갑자기 강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한 교장, 학교에 이런 요청을 한 장학사, 비현실적으로 강의 일정을 잡은 교육청 담당자 등 그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못한 거지요. 그때 이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그 화가 모두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게 바로 학교 폭력입니다." 우리 속담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울서..

한글 위인 열전 - 우리글과 역사를 사랑한 권덕규

“조선은 예부터 국문이 있었으니 신지비사(神誌秘詞)는 그것이 어떤가는 알지 못하나… 세종 25년에 정음청을 궁중에 두고… 예전부터 내려온 문자를 정리하고 연구하고 골라 자모 28자를 정하여… 국민에게 반포하니 이것이 즉 훈민정음(즉 언문이라 함.)이라. 세계 문자 가운데 가장 신식의 것으로 동양의 알파벳식 문자로 그 정교함이 문자의 역사상 특별히 뛰어난 것이다.” - 권덕규의 ≪조선유기≫ 중에서 암흑 속에서도 빛났던 자긍심 권덕규는 1913년 서울 휘문의숙을 졸업하고 모교와 중앙학교·중동학교에서 우리글과 우리 역사를 가르쳤다. 주시경의 뒤를 잇는 국어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1921년 12월 3일 조선어연구회 창립에 참여하였다. 그 뒤 조선어학회의 역사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는 ≪큰사전≫ 편찬에 참여..

장애는 누구의 책임인가

출근길 시민을 ‘볼모’ 삼아 자기주장을 알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장애인 이동권 등을 내걸고 벌이는 지하철 승차 시위에 쏟아붓는 비난 가운데 한 번 생각해 볼 문제 제기다. 시위로 지하철이 계속 연착되면 그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꼼짝없이 지각하게 된다. 무슨 까닭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불특정 시민들이 이런 ‘피해’를 보아야 하는가. 그런데 그 승객은 왜 하필 그 지하철을 타야 하는 지역에 살고 있을까.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집을 장만해 운동 삼아 걸어 다니면 좋았을 텐데. 아니면 승용차를 몰고 다녀도 될 일이다.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열심히 노력해 돈을 벌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열심히 눈치를 봐서 돈 많은 집에 태어났어야 했다. 왜 그 승객은 노력도 하지 않았고 재수도 ..

尹 대통령이 누구예요?

‘尹’, 처음 봤는데 자기소개도 없다니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 후 언론에서 자주 못 보던 한자가 등장했다. 바로 ‘성씨 윤(尹)’ 자이다. 언론에 새롭게 등장한 이 한자는 볼 때마다 자기소개도 없이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언론에서는 관용적으로 대통령 이름을 한자 성씨 한 글자로 축약해 표기하고 있다. ‘문(文)’, ‘박(朴)’, ‘이(李)’, ‘노(盧)’ 등이 그러하다. 때에 따라서는 알파벳의 앞글자를 따서 ‘MB(이명박)’와 ‘DJ(김대중)’, ‘YS(김영삼)’로 표기하기도 한다. 기사 제목에 매번 이름 석 자를 적으면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하기 어렵고, 신문의 지면이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성씨 한 글자만 한자로 적거나, 이름을 로마자로 축약해 적는 것..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장수 나자 용마 난다

옛날 어느 가난한 집에 사내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이 낳고 삼 일 만에 아이를 낳은 어미가 목이 말라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고 방에 들어오니 아이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깜짝 놀란 어미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아이를 찾아보니 아이가 물건을 얹어 놓던 선반인 시렁 위에 올라가 앉아 있었습니다. 어미가 얼른 아이를 내려 살펴보니 아이의 겨드랑이 밑에 자그마한 날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어미가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자 남편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의논하길, '가난한 집에 남다른 아이가 태어났으니 이 아이가 자라 역적이 될 것이 분명하고 이 아이가 역적이 되면 우리 마을도 화를 피할 길 없으니 아이를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 하였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이 뜻을 따라 아이를 기름 짜는 ..

‘에듀 테크’는 ‘교육 정보 기술’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 이하 국어원)은 ‘에듀 테크’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교육 정보 기술’을 선정했다. ‘에듀 테크’는 교육 분야에 접목한 빅 데이터, 인공 지능 등의 정보 통신 기술을 이르는 말이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대체어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6월 15일(수)에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에듀 테크’의 대체어로 ‘교육 정보 기술’을 선정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래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이에 ..

당신의 문해력은 안전한가?

문해력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 또는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넓은 의미로는 글을 이용해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오늘날 문해의 대상은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 등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지 독해 능력이 아닌 개인과 사회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문해력이 저하되면 개인 또는 사회적인 과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없다. 즉, 문해력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최근, 한국인의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2020년 정부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확정하면서 토요일인 광복절부터 사흘 연휴가 이어진다는 기사가 나온 적 있다. 3일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사흘’의 뜻을 모르는 이들로 인해 온라인 커뮤..

천연두 퇴치만큼 국어 교육에 앞장선 지석영

치사율 30%였던 천연두를 몰아낸 종두법의 선구자 지석영, 그가 의사인 동시에 국어학자인 사실을 알고 있는가? 1879년 10월, 그는 천연두를 예방할 방법을 배우고자 꼬박 스무 날을 걸어 부산의 제생병원에 도착했고, 지석영의 간청에 감복한 일본인 원장은 그에게 종두법을 가르친다. 대신 일본인 원장은 지석영에게 일본인들이 조선어를 배우는 데 많이 사용하던 책인 《인어대방(隣語大方)》의 국문 오자를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한다. 이 일은 지석영이 우리말의 원리를 이해하고 우리말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배우기 쉬운 한글로 새로운 시대를 꿈꾸다 지석영은 부산 제생의원에서 2개월간 종두법을 배우고 두묘(痘苗)와 종두침 두 개를 얻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처가가 있는 충주에 들러 40여 명에게 우두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