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그들만의 언어, '보그체'

여름옷을 장만하기 위해 누리집을 둘러보던 중, 이러한 문구를 발견했다. ‘이번 썸머 시즌 어반 컨템포러리 보헤미안을 위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 외국어 범벅인 이 문장을 머릿속으로 두어 번 곱씹고 나서야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표현은 오늘날 의류 매장이나 누리집을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류를 가릴 것 없이 상품명이나 제품 설명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가 가득하다. 이러한 문체를 ‘보그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을 빚어낸 외국 잡지사 ‘보그(VOGUE)’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보그체’란 의류업계에서 주로 쓰는 문체를 일컫는 용어로, 문장에 쓰는 단어 대부분을 영어나 외국어로 대체하고 조사만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색깔을 영어로 표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블..

일본에 부는 신(新)한류의 바람

일본에서 온 한 유학생이 ‘한국 사람 닮았다’, ‘한국인 같아’라는 말이 일본의 10-20대에게 칭찬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5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강코쿳포(韓国っぽ·한국스러움)’라는 해시태그가 17만 5,000회 이상 사용됐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의 현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 증대와 더불어 수요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제4차 한류’라고 부른다. 일본의 한류를 되짚어 보자. 2000년대 초반 배우 배용준의 ‘겨울연가’를 한류의 시초로 볼 수 있다. 배용준을 ‘욘사마’로 칭하며 열광한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1차 한류가 형성됐다. 2000년대 후반에는 일본 한류의 세대가 중년에서 청년으로 옮겨갔다. 10~20대가 카라, 소녀시대, 빅..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공헌과 헌신,같은 듯 다름 쓰임새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순국선열을 기리고 나라 사랑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여기서 보훈이란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이들에게 보답을 하는 일이다. 그들이 보인 희생의 가치를 인정해 생전에 최고로 예우하고, 사후에는 감사함을 기억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공헌이란 무슨 뜻일까? 우리가 자주 쓰는 ‘헌신’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헌의 사전적 의미는 ‘힘을 써 이바지함’이다. 헌신의 뜻은 ‘몸과 마음을 바쳐 힘을 다함’이다. 공헌과 헌신 사이의 근본적인 개념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공헌과 헌신을 완전히 같은 말로 볼 수는 없다. 둘은 분명히 다른 맥락에서 쓰이기 때문이다. 가. 국가를 위한 이름 없는 시민들의 공헌을 기억해야 한다. 나. 남편은 거동이 불편한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