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초까지 울산 보부상들의 기록

튼씩이 2015. 12. 23. 18:53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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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2. 23.



“김명규(金明圭)로 말하면 지난번 농상공부(農商工部)의 벼슬에 임명되었던 날에 이미 폐지한 보부상(褓負商)을 제 마음대로 인가하여 규정을 문란케 했으며 백성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심지어 대궐문 가까이에서 백성들을 때려 다치게 함으로써 위로는 임금에게 근심을 끼쳤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울분을 격동시킨 결과 오늘에 와서도 서울 안 백성들의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김명규가 미연에 화근을 방지하지 못한 죄입니다.”

이는 《고종실록》 38권 (1898) 12월 6일 기사로 보부상의 폐해를 들어 ‘고영근 등이 보부상을 없애 버리자’고 올린 상소 가운데 한 토막입니다. 지금처럼 집 가까이에 대형 마트나 편의점 따위가 흔치 않던 시절 다양한 물건을 팔러 다니던 보부상이야말로 서민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상소까지 올리는 걸 보면 더러는 적지 않은 폐해도 있었나 봅니다. 이러한 보부상에 관한 책이 있는데 울산광역시 민속문화재 제1호 《경상남도 울산군 우지회 천금록(慶尙南道 蔚山郡 右支會 千金錄)》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울산을 중심으로 부근 지역에서 1899년부터 1915년까지 활동했던 보부상 조직의 지역별 임원 명단이 적혀 있는 소중한 자료지요. 앞부분에는 1900년(광무 4, 고종 때 연호)에 작성된 발기취지문과 회칙이 함께 수록되어 있으며 규격은 가로 27.7㎝, 세로 44.8㎝입니다. 아울러 《상무우단장정(商務右團章程)》이라는 책도 있는데 이는 1908년(융희 2, 순종 때 연호)에 작성된 것으로 동아개진교육회(1905년 보부상단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구성된 모임)의 상무과(商務課) 세칙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문헌들은 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초 울산지역의 상거래 실태와 상인 조직의 실상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역사 자료로 현재 울산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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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29 >

따끈한 “나베요리”가 그리워지는 계절



겨울철 따끈한 국물요리는 한국이나 일본 두 나라 모두 추위를 녹이고 입맛을 돋궈주는 요리임에는 틀림없다. 원래 일본에는 한국처럼 감자탕이니 매운탕 같은 ~탕 요리는 없다. 뿐만 아니라 김치찌개니 된장찌개 류도 없고 미역국이니 북어국 같은 것도 없다. 하지만 된장찌개 대신 맑은 된장국인 미소시루가 있고 특히 겨울철에 입맛을 돋우는 나베요리(鍋料理)가 있다. 나베요리에서 나베란 남비를 가리키는 말로 남비에 여러 재료를 담아 끓여 먹는 음식인데 우리의 ~탕 요리에 가깝다.

야후제팬에서는 2015년 특집으로 ‘고향의 맛 재발견’ 이라는 음식마당이 있는데 12월에는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나베요리 10선(選)이 소개되어 있다. 1위는 야마구치현의 복지리, 2위는 홋카이도의 연어나베 3위는 아키다현의 작은 생선과 특제 간장으로 만드는 숏츠루나베 등등 전국에 내로라하는 나베요리를 그 유래와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이들 음식은 한국의 ~탕과는 사뭇 다른데 고춧가루를 쓰지 않기에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맛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맑은 대구탕이니 속풀이 북어국처럼 고춧가루를 쓰지· 않아도 시원한 국물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런대로 매력적인 요리다.

전국 나베요리 가운데 1위인 야마구치현의 복지리의 유래가 재미나다. 전국시대(戰國時代) 때 이곳 출신의 무사들이 복어를 먹고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풍신수길은 ‘복어요리금지’를 내렸던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까지 복어 금지는 계속되었다. 특히 명치 21년(1889)에는 위경죄즉결(違警罪決令)이라고 해서 북어요리를 해먹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까지 할 정도로 복어요리를 금했는데 그 이유는 딱 한 가지, 복어독에 의한 사망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북어요리 자격증제도를 도입하고 복어에 대한 독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일반 서민들도 복어요리를 즐기게 되었는데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는 복어요리의 본고장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하다. 일본의 나베요리 10개 가운데 단연 1위로 꼽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즈음은 부관훼리(부산-시모노세키)가 다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모노세키는 겨울철 복어요리로 인기 있는 곳이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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