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스승을 가마에 태운 “회방연” 잔치

튼씩이 2016. 1. 1. 09:21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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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8(2015). 12. 30.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 청풍 한 간 맛져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보고 보리라.“

이는 조선 중기 문신 면앙정(仰亭) 송순(宋純, 1493∼1582) 선생이 62살에 지은 노래입니다. 송순 선생은 말년에 전남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에 있는 면앙정(免仰亭)에서 여생을 보냈는데 면앙정이란 “우러러(仰)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숙여서(俯)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다”는 맹자의 진심장(盡心章) 구절에서 부(俯) 자를 같은 뜻의 면(免)자로 바꾸어 <면앙정삼언가(免仰亭三言歌)>를 짓고 이를 자신의 호와 정자이름으로 삼았다고 전합니다.

이곳 면앙정에는 많은 일화가 전하지요. 송순의 나이 87살 때 이곳에서는 회방연(回榜宴)이 열렸는데 회방연이란 선비가 과거에 합격한 뒤 60 돌이 되는 해에 열리는 잔치를 말합니다. 이때 송순 선생을 가마에 태우고 댁으로 모셨던 제자들은 정철, 고경명, 기대승, 임제와 같은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이었으며 임금은 술과 꽃을 보내 위로했다고 하지요. 연로하신 스승을 가마에 태워 집으로 모시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한편의 수채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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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30 >

연말에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스스하라이’ 의식


“삼정사의 만종이라 알려진 오오츠시 삼정사(三井寺, 미이데라)에서 지난 28일 범종 청소 ‘스스하라이(煤拂い)’를 했다. 승려들은 1년간 쌓인 먼지를 정성껏 털어내고 제야의 종을 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일본의 3대 명종의 하나인 이 범종은 높이 208센티, 직경 124센티, 무게 2.2톤으로 1602년에 주조되었으며 시가현(滋賀縣)의 지정문화재다. 승려인 니시노보우신유(西坊信祐, 37살)씨는 ‘참배자가 내년에도 건강하게 평화로운 한 해가 되도록 기원을 담아 종을 깨끗이 청소했다.’라고 말했다.”며 29일 교토신문이 보도했다.

절에서 뿐만이 아니라 신사(神社)에서도 ‘스스하라이’를 실시하는데 아오모리현의 이와키야마신사 (岩木山神社)에서도 길이 4~5미터짜리 장대비로 신사 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털어냈다는 기사가 보이는 등 전국 각 곳의 절과 신사에서 묵은 때와 먼지를 털어내는 ‘스스하라이’ 의식에 관한 보도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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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풍습 가운데 ‘스스하라이(煤拂い)’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청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여기서 스스(煤)란 검댕이나 그을음을 뜻하는 것이고 하라이는 털어낸다는 뜻으로 ‘청소’라고 했지만 이는 단순한 청소와는 달리 묵은해의 먼지를 털어내고 새해의 신을 맞이한다는 신앙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스하라이’는 헤이안시대(794-1192)부터 해오던 풍습으로 에도시대(1603-1868)는 에도성(江戶城)에서 특별히 12월 13일을 ‘스스하라이 날’로 정해 대대적인 청소를 했으며 이후 민간에까지 이날을 대청소 날로 정하게 된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스스하라이 보다는 오오소우지(大掃除)라고 해서 대청소 풍습이 더 익숙하다. 오오소우지는 말 그대로 집안 곳곳의 묵은 먼지나 때를 말끔히 닦아내는 것을 뜻하며 연말에 집집마다 대청소하는 습관이 있다.

오오소우지가 되었든 스스하라이가 되었든 일본에서는 묵은 한해의 먼지나 액운을 털어내려는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맘때가 되면 사진을 곁들인 새해맞이용 준비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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