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모임이 많아 먹고 마시는 기회가 늘어납니다. 워낙 가무를 좋아하는 겨레라서 음주가무가 빠지면 흥이 안 날 정도입니다. 우리 겨레가 즐기던 모임 중에는 풍류회(風流會)라는 것이 있습니다. 풍류회는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모임으로 여기에 한시를 짓고, 붓글씨를 쓰며, 그림도 곁들이지요.
이 풍류회에서는 거문고, 가야금, 젓대(대금), 해금, 장고, 양금, 단소 따위로 줄풍류(현악기로 연주하는 음악)를 연주하며, 남녀 가객(歌客)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이때 남녀 가객이 교대로 20여 곡을 부르는 것이 보통이고 마지막에는 남녀가 태평가를 같이 부릅니다.
청학동에서 풍류의 모임 벌이던 鶴洞風流會
옛날 그때를 어찌 차마 물을 건가 那堪問昔年
다시금 술 싣고 오는 사람 없고 更無人載酒
단지 달만이 하늘에 흘러가누나 只有月流天
묵은 자취가 이제 이와 같으니 陳迹今如許
그리워하면 매양 마음 아득해라 相思每?然
그대는 고아한 시에 화답할지니 須君和高唱
그러면 구천의 벗 위로할 수 있으리 猶得慰重泉
위는 조선 새대 문인 이행(李荇, 1478∼1534)의 '용재집 제2권'에 나오는 시로 풍류회에 대한 회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날의 모임은 참으로 노경(老境)의 한 행운이라 실로 마음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에 삼가 그대의 운(韻)을 써서 시를 지어 바치니, 사문(斯文)의 풍류가 이를 힘입어 없어지지 않을 수 있을는지요. 또 율시 한 수를 지어 청학동(靑鶴洞)에 남길 시를 얻기 바라니, 한 번 붓을 휘두르길 아끼지 마소서. 지정(止亭)의 시를 베껴 보내니, 이를 보면 나와 마찬가지로 슬픈 마음이 일리라 생각됩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로 보아 풍류회는 1회성 놀이에 그치지 않고 훗날에도 서로 안부를 묻는 정감 어린 모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술자리 뒤에 컴컴하고 어두운 노래방에 가서 자막을 따라 부르는 싱거운 요즘 음주문화가 싱거운 데 견주면 예전 풍류회는 멋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부터는 좀 흉내라도 내보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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