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에 7부 이상 부으면 술은 사라진다는데
이놈의 가슴은 어찌 넘치지 못하고
이런저런 그리움으로 고이는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못보고 그냥 보내 버린 그리움에
이런저런 사연 술잔에 고개 못 들고
물기 젓은 가슴을 쳐다볼 면목이 없어
반쯤은 울먹이고 반쯤은 원망하며 취합디다
그리운 것은 진짜 독한 법인가 보구려
- 정설연, ‘계영배’
계영배(戒盈杯)란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잔 속에 관을 만들어 그 관의 높이까지 술을 채우면 새지 않으나 관의 높이보다 높게 채우면 관 속과 술의 압력이 같아져서 수압 차에 의해 술이 흘러나오는 잔을 말합니다. 계영배는 곧 과음을 경계하려고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하지요. 또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이 술잔은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려고 하늘에 정성을 들이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실학자 하백원(1781∼1844)과 도공 우명옥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해지지요. 그 후 이 술잔은 조선 시대의 거상 임상옥의 손에 들어가는데, 그는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합니다.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는 말이 노자 도덕경에 보이지요. 적당할 때 멈출 줄 아는 계영배는 단순한 술잔이라기보다 과욕을 부리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좋은 삶의 지침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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