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의 오랜 먹을거리인 장(醬)은 음력 정월부터 삼월까지 적당한 시간에 담지만 지역마다 장 담그는 시기는 약간씩 다릅니다. 정월장이 맛있다거나 삼짇날 장이 더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장 맛은 담그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경남 창원지역 장 담그는 날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첫째, 손 없는 날 담글 것, 둘째, 소날이나 말날과 같이 유모일(有毛日)을 택하거나 네 발 달린 동물에 해당하는 날 담글 것, 셋째, 삼월 삼짇날에 담가야 좋다고 합니다. 특히 달이 밝은 날 장을 담그면 벌레들이 활동하기 쉬워서 아예 달이 뜨지 않는 날 벌레를 피해 장을 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창원시 북면 마산마을에서는 정월 손 없는 날이나 말날에 주로 담그는데, 말이 콩을 잘 먹기 때문에 장맛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족 가운데 말띠가 있는 집은 그날 장을 담그지 않았으며 월백마을에서는 정월 말날이나 3월의 말날에 주로 담급니다. 외감마을에서는 정월 말날이나 털이 있는 동물 날에 장을 담그며 뱀날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없다고 하지요.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보면 전통음식의 대표 격인 된장은 우수 전후에 담가야 맛이 좋고, 담그는 날은 병인, 정묘일 해가 뜨기 전이 좋습니다. 장을 담그는 여자는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다른 사람의 출입을 금할 만큼 신중을 기했습니다. 《태종실록》 22권, 1411년에는 ‘묵은 콩 500 석으로 장을 담가 굶주린 백성을 도왔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나누는 아름다운 마음’까지 들어 있는 우리 먹을거리가 맛이 없을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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