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6월 19일 - 여름 꽃 이야기 둘, 며느리와 관련한 들꽃 이야기

튼씩이 2018. 6. 28. 10:37


 
예전엔 화장지가 따로 없어서 호박잎을 따서 밑을 씻었는데 그 호박잎도 아까워서 며느리에겐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가시범벅인 식물을 가리키며 “너는 저걸로 닦아라”고 해서 이름을 얻게 된 며느리밑씻개. 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구박을 다 받아내며 참고 살았을 이 땅 며느리들의 서글픈 인생살이가 훤히 보입니다. 예쁜 며느리배꼽에 시샘이 나서, 언제든 할퀼 듯이 돋친 가시를 보고 며느리배꼽이라고 이름 붙여준 것은 애교스러운 셈입니다.

 

또한 밥풀 두 개를 물고 있는 모습의 꽃며느리밥풀꽃도 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으로 시집 온 며느리가 시아버지 제삿밥이 뜸이 잘 들었나 밥풀 몇 알 맛보다 시어머니에게 들켰습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 밥을 넘봤다며 때려서 며느리를 쫓아냈고 갈 곳 없는 며느리는 기진해서 죽었지요. 뒤늦게 묻어준 묏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바로 밥풀을 물고 있는 듯한 꽃며느리밥풀꽃입니다.

 

한해살이풀로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며 꽃은 7~8월에 붉은 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벼이삭 매달리듯 달려있습니다. 무리를 이뤄 필 때는 별로 안 예뻐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게 앙증맞습니다. 새색시가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아도 시원찮을 텐데 밥풀 하나 입에 대었다고 그런 모진 대우로 죽게 하다니 너무나 슬픈 전설의 꽃이름에 가슴이 아픕니다. 변종으로 털며느리밥풀 따위가 있는데, 털며느리밥풀은 꽃받침에 긴 털이 있고 포에 가시 모양의 톱니가 많은 것이 특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