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8월 4일 - 김구 선생이 판소리로 거듭나셨습니다

튼씩이 2018. 8. 4. 16:46

너 이놈, 왜놈은 말 듣거라!


만국 공법이니 국제공법 그 어디에

국가 간의 통상화친조약을 체결한 후

그 나라 국모를 시해하라는 조항이 있더냐

아, 이 짐승만도 못한 왜놈아!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군 장교를 응징하면서 호통치는 말입니다. 1930년 8월 4일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국무령이 되어 조국광복을 되찾으려고 불철주야 뛰던 김구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70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선생은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를 통해 이날 새로 태어나셨습니다. 2009년 2월 24일 백범 기념관에서 열린 1부 ‘청년역정’은 왕기석 명창이, 2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왕기철 명창이, 3부 ‘해방시대’는 1980년대 암울한 상황에서 ‘똥바다’ 같은 창작 판소리를 불러 유명해진 임진택 ‘창작판소리 열두바탕 추진위원회’ 예술총감독이 소리를 했습니다. 앞으로 이 판소리는 계속 공연할 예정입니다.

 

이날 자리를 메운 청중 300여 명은 시종 추임새를 넣어가며 즐겼습니다. 청중은 소리꾼이 미 군정사령관 하지를 놓고 “하지 하지 해놓고도 암것도 하지 않은 것이 하지여”, “아니여, 하지 하지 해놓고도 암것도 하지 못하게 한 것이 하지여”라며 풍자적인 아니리를 할 때는 배꼽을 잡고 웃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을 던져 일본군을 혼쭐 내고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함께 만세를 불렀지요. 하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 부분,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흉탄에 맞아 쓰러지는 대목이었는데 여기 저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본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진정 원한다”라는 말씀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신 선생의 뜻을 받들어 겨레문화의 꽃을 피우는 위대한 한국인으로 거듭나는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창작 판소리 끝에 상엿소리와 함께 울리는 “어허 딸랑 어허 딸랑” 딸랑이 소리가 마치 우리의 잠든 영혼을 깨우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