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9월 9일 - 일부 사대부는 한가위에 성묘하지 않았습니다

튼씩이 2018. 9. 9. 16:58

며칠 뒷면 한가위 명절입니다. 이때 성묘를 가지요. <주자가례>를 보면, 성묘는 묘제, 곧 산소에서 지내는 제사의 하나로 되어 있으나, 본래는 성묘에 제사 절차가 합쳐져 묘제로 발전한 것으로 봅니다. 성묘는 주로 한식이나 한가위에 하는 것으로, 한식은 겨울 동안 찾아뵙지 못한 조상에게 인사드리는 날이며, 한가위에는 햇과일과 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성묘는 수시로 했습니다.


 

<태종실록> 5년 을유(1405) 기록에 사간원에서 대사헌 함부림의 과거행적을 탄핵하는 글이 있는데 “남은(南誾)과 정도전(鄭道傳)이 국사(國事)를 담당하였을 때에 어느 재상(宰相)이 이를 따르지 아니하였는가? 하물며 그 당시에 부림이 죄가 있었으면 내가 마땅히 죄를 주었을 것이다. 부림이 동북면에 있을 때에 휴가를 청하고 강릉에 성묘(省墓)하러 갔었는데, 대사헌을 제수한 명령이 그때 마침 있었으니, 어찌 시골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으로써 죄를 삼겠는가” 하는 대목에서 성묘 이야기가 나옵니다. 함부림은 한식도 한가위도 아닌데 일부러 휴가를 얻어 성묘를 간 거지요.

 

조선후기 실학자 안정복이 쓴 ‘안정진의 질문에 답하는 글’을 보면 3월 상순의 벌초는 당나라 개원례(開元禮)에서 비롯되었지만 한식에 성묘하고 한가위에 벌초하는 것은 중국의 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於禮無見)고 되어 있습니다. “중국에는 없다”라는 것 때문에 일부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가위 성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정복은 한가위 성묘는 가야 수로왕 때부터 시작된 우리 풍속으로 봅니다. 조상에게 성묘하는 것도 중국의 기준에 따르려 했던 사대부들의 고지식함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