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조선에 온 선교사이며 의사였던 알렌(Horace Newton Allen, 1858~1932)이 1908년 펴낸 책 ≪조선견문기≫에는 선교사들이 자전거를 처음 탄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때 조선 사람들의 반응을 적은 내용에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자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에 조선 사람들이 구경하러 모여들었고, 구경꾼들의 요청에 못 이겨 길을 여러 번 오고 가고 해야 했지요. 조선 사람들은 선교사들을 ‘나리’라고 부르며 최고의 대우를 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조선 사람들에게 나리로 대접받았던 선교사 알렌은 미국 사람으로 한국이름은 안연(安連)입니다. 대한제국 때 미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양에서 기독교를 전도할 목적으로 1884년 (고종 21년) 미국 공사관 의사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왔지요. 그는 갑신정변 때 부상한 민영익을 치료한 것이 인연이 되어 1885년 왕립병원 광혜원(廣惠院)이 설립되자 여기에서 서양 의술을 베풀게 됩니다.
지금처럼 대중교통을 타고 병원을 드나들 수 있는 시절이 아닐 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선교사들을 통해서 들어온 서양문물이 마냥 신기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환자를 보려고 왕진을 급히 가야 하는 경우에도 자전거를 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16~17호, 1928년 12월 1일 발행’에 보면 “각계 각면 제일 먼저 한 사람”이라는 글 속에는 “서재필 씨가 남 먼저 자전차를 타고 다녔는데 차력(車力)으로 남대문을 훌훌 뛰어넘어 다녔으며 자전차 종이 한번 울리면 대포 소리로 여겨 모두 겁을 내고 도망쳤다.”라는 기사도 보입니다. 지금은 신문만 구독해도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는 시대지만 100여 년 전 조선땅에 나타난 자전거는 신기한 요술덩어리였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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