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70. 오늘은 부부가 잠자리도 함께하지 않는 “곡우”

튼씩이 2016. 4. 20. 19:33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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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20.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입니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 하여 붙여진 말이지요.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같은 속담이 전합니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둡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잡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지요.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릅니다. 곡우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지요. 몸에 좋다고 해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습니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수액인 거자수는 특히 지리산 밑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냅니다. 농촌에서는 못자리할 볍씨 담그기와 농사준비로 바쁘지만 도시민들도 곡우를 맞아 올 한해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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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야기 346 >

구마모토성(외本城)에서 한자를 바꾼 구마모토성(熊本城)



뜻하지 않은 지진으로 지금 큐슈지방의 구마모토는 불안의 연속이다. 그걸 반영하듯 뉴스에선 시시각각으로 작은 여진이라도 보도하느라 바쁘다. 하루빨리 여진이 멈춰 불안에 떠는 주민들이 지진복구에 힘쓰길 빌어본다.

구마모토(熊本)라고 하면 일본의 3대성으로 꼽히는 구마모토성(熊本城)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밖에 나고야성(名古屋城), 오사카성(大阪城)을 합쳐 3대성이라고 할 만큼 구마모토는 성곽도시다. 성곽도시는 성주들이 각각 있게 마련이다. 각 성주들은 성곽 안에서 만큼은 왕과 같은 존재이다.

일본은 가마쿠라 막부시대부터 왕권이 아니라 장수들이 각 성을 중심으로 권력을 서로 쥐고자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조선이 중앙집권체제였다면 일본은 일찍부터 지방분권제가 발달한 셈이다. 성주들은 서로의 성을 지키고자 전쟁을 일삼았으며 빼앗았는가 하면 빼앗기는 일이 반복되기를 무신정권 내내 근 700여 년간 크고 작은 전쟁 속에 살아야 했다.

풍신수길의 오사카성이 철통같이 방어 된 것 같아도 결국은 덕천가강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에도성에 그 명성을 넘겨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명치정부 이후 근대국가의 출범으로 이제 각 지방의 권력의 상징이던 성(城)은 관광코스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시계바늘을 좀 더 돌리면 일반인들의 성곽 구경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한국의 경복궁도 관광코스로 개방하여 맘대로 드나드는 면에서는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구마모토성(熊本城)의 구마모토(熊本)는 원래 외본이라는 한자를 썼다. 그러나 가등청정(加藤淸正)이 외()자가 기분이 나쁘다고 바꿨다는 설이 있다. 외자는 ‘畏れる’와 뜻이 같아 ①무서워하다 ②염려하다 ③경외하다 ④두려워하다 ⑤우려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말하자면 장수가 기거하는 성이름을 구마모토성(本城)이라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뜻에서였다.

그나저나 좋은 뜻으로 한자를 바꾼 구마모토성(熊本城)에도 지진의 마수가 뻗쳐 성곽 담이 허물어졌다니 이만저만한 피해가 아닌 듯하다. 이번 구마모토 지역의 지진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어서 하루 속히 복구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일본한자는 구자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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