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71. 한바탕 마을잔치로 벌이는 "동해안별신굿"

튼씩이 2016. 4. 21. 09:51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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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4. 21.



예전에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 또는 풍어를 빌기 위해 마을마다 굿을 했습니다. 그런 마을굿 가운데 중요무형문화재 제82-1호 동해안별신굿(東海岸別神굿)은 부산 동래로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동해안지역 일대에서 마을의 평화와 안녕, 풍요와 다산, 배를 타는 선원들의 무사와 풍어를 빌기 위해 지냈던 큰굿을 이릅니다. 풍어제, 풍어굿, 골매기당제라고도 하는 동해안 별신굿은 해마다 지내는 동제와는 달리 특별하게 몇 년 터울로 벌어지는 별제(別祭)입니다.

이 지역에는 마을마다 골매기당이라는 마을 수호신을 모신 당(堂)이 있습니다. 특히 이 별신굿은 내륙지방의 마을굿과는 달리 집안 대대로 굿을 해 온 이 지역의 세습무당이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별신굿을 하는 마을은 잔치분위기로 들뜨고, 굿청은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노는 놀이판이 되지요. 굿이 진행되는 도중 ‘노름굿’이라고 하여 마을 청년들과 무녀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는 굿거리도 들어갑니다.

또 “심청”, “당금아기” 같은 서사무가는 보는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중도둑 잡기”, “도리강관 원놀이" "거리굿" 같은 굿놀이는 재미있는 연극으로서 관중을 열광하게 합니다. 따라서 동해안별신굿은 마을의 잔치이면서 종합예술제의 성격을 띈 무속예능의 공연장이 되는 셈이지요. 이 굿은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풍어제의 하나로 지정되었고, 현재 기예능보유자는 김용택(金用澤) 선생입니다.

옛 얼레빗 (2012-04-23)


2292. 퇴계 이황이 좌우명으로 삼은 신흠의 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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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한평생 추운겨울에 꽃을 피우지만 향기를 팔지 않는다 (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번을 이지러지더라도 그 본래의 성질이 남아 있으며 (月到千虧餘本質)
버드나무는 백번 꺾이더라도 또 새로운 가지가 올라온다. (柳經百別又新枝)“

이는 조선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으로 특히 외교문서를 잘 쓰기로 유명했던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의 ≪야언(野言)≫에 나오는 7언절구 한시입니다. 한시는 물론 당대 최고의 문장가답게 《상촌집》, 《낙민루기(樂民樓記)》, 《황화집령(皇華集令)》 같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으며 위 시조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가 잘 드러나는 시로 퇴계 이황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지요.

선조임금의 신망이 두터웠으며 장남 신익성이 임금의 셋째딸 정숙옹주와 결혼할 때 좁고 누추한 집을 수선할 것을 권했지만 집이 훌륭하지는 못해도 예(禮)를 행하기에 충분하다며 끝내 기둥 하나도 바꾸지 않은 청렴한 선비로도 이름이 났습니다. 인조의 스승이기도 했던 신흠이 죽자 인조는 손수 장례에 쓰일 물품을 챙길 정도로 스승 신흠과는 돈독한 사이였습니다.

신흠의 무덤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영동리 산마루에 있으며, 무덤과 신도비는 경기도 기념물 제145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무덤이 산마루에 자리 잡아 발걸음을 하기 쉽지 않지만 힘든 걸음으로 오르다 보면 푸르른 하늘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해줄뿐더러 고즈넉한 마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봄날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이는 군자이고, 남의 허물만 보고 자기의 허물은 보지 않는 이는 소인이다.”라고 한 선생의 말을 되새기며 무덤을 오르는 길목에는 빛깔 고운 진달래가 활짝 피어 가신 이의 향기를 물씬 느끼게 해줍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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