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282. 배꽃이 떨어질 때, 매창의 “이화우 흩날릴 제”를

튼씩이 2016. 5. 9. 11:16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9(2016). 5. 6.



전북 부안군 부안읍 매창공원에 가면 전라북도 기념물 제65호 “이매창묘(李梅窓墓)”가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서녀로 태어난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3대 여류시인의 하나로 불리는 매창(李梅窓, 조선 선조 때의 여류시인 본명은 이향금-李香今, 1573-1610)의 무덤이지요. 매창은 열 살 되던 해 부안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이 모두 모인 백운사 시 짓기 대회에서 구경삼아 갔다가 실로 절묘하기 이를 데 없는 시를 지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시와 가무에도 능했던 매창은 광해군 2년(1610) 여름 세상을 떠나자 그녀가 끔찍이 사랑하던 거문고와 함께 묻혔습니다. 죽고 60여 년이 지난 뒤인 1668년 매창의 시를 사랑하던 부안의 아전들이 외워 전하던 58편을 모아 목판으로 《매창집》을 만들었지요. 그녀의 대표적인 시 ‘이화우(梨花雨)’는 박효관과 안민영이 펴낸 시조집 《가곡원류》에 실려 있을 정도입니다.

매창은 천민 출신으로 뛰어난 시인이었던 유희경과의 가슴 시린 사랑,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의 우정으로 유명합니다. 부안이 고향인 시인 신석정은 이매창, 유희경, 직소폭포를 가리켜 송도삼절과 견주어 부안삼절(扶安三絶)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배꽃이 떨어질 때입니다. 매창의 무덤 앞에 서서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을 읊으며 매창의 가슴시린 사랑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옛 얼레빗 (2012-05-08)


2302. 병든 아버지 변을 맛보며 수발을 든 효자

.


“안응일(安應一)은 문성공(文成公)의 11대손으로 어버이를 섬기면서 효성을 다하여, 밤낮으로 곁에 모시면서 허리띠를 풀지 않았고 부모가 잠든 뒤에 곁에 누웠다. 낚시와 사냥으로 맛있는 반찬을 올리고, 옷과 이불이 더러워지면 손수 빨래하였으며, 어버이가 병들자 변(便)을 맛보아 증세를 확인했다. 상을 당하여서는 몹시 늙고 쇠약한 몸으로 상제 노릇에 예를 다하여 질대(帶, 상복의 띠)를 벗지 않았고, 채소와 과일을 입에 대지 않아 몸이 몹시 여위어 거의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다.”

위 이야기는 안향의 19대 손인 안정구(安廷球 1803~1863)가 쓴《재향지(梓鄕誌》에 나오는 효자 이야기입니다. 또 여기에는 전주사람 이약림(李若霖)이 40년을 한결같이 어버이를 봉양하며 곁에서 조금도 구차한 모습이나 근심스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진주사람 강흡(姜恰)은 항상 몸으로 어버이의 이부자리를 따뜻하게 하였고, 저녁마다 손수 땔감의 무게를 달아 알맞게 덥혀드렸다는 이야기도 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화천사람 권윤석(權胤錫)은 어머니 안씨가 백 살을 살았는데 끼니마다 반드시 수저를 대신 잡아 드렸고, 오물을 손수 치우고 이불을 손수 빨았으며 상을 당해서는 일흔 살의 나이로 예를 다하여 상제 노릇을 하느라 거의 목숨을 잃을 지경이었다고 소개하는 글이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옅어져 가는 효(孝) 사상을 다시 새겨보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koya.egreennews.com
사울시 종로구 새문안5가길 3-1. 영진빌딩 703호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