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부터 전해지는 조리서들을 보면 동쪽인 경북 영양의 정부인 장계향 선생이 1670년 무렵 궁체로 쓴 필사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서쪽인 충남 홍성의 사운종택에 전해지는 숙부인 전의이씨가 1891년 필사한 《음식방문(飮食方文)니라》, 한반도 가운데랄 수 있는 충북 청주에는 영동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 지명순 교수가 발굴해낸 《반찬등속》이 있습니다.
▲ 장계향 선생의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표지엔 <규곤시의방>으로 되어 있다. / 숙부인 전의이씨의 《음식방문(飮食方文)니라》, 충북 청주의 《반찬등속》 - 왼쪽부터
먼저 《음식디미방》은 동아시아에서 처음 여성이 한글로 쓴 조리서라는 평가를 받지요. 《음식디미방》은 예부터 전해오거나 장계향 선생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과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지금 영양 장계향 선생 생가에는 “음식디미방체험관”이 있으며 여기서 《음식디미방》을 계승하려 노력하고 있구요.
그리고 홍성의 《음식방문니라》 곧 ‘음식을 만드는 법을 적은 글’이란 책은 화향입주법, 두견주법, 소국주법, 송순주법, 신묘향법 같은 술빚기와 두텁떡법, 혼돈병법, 신검채단자, 석탄병법 같은 떡 만들기 그리고 승기약탕법, 삼합미음법, 증구법(개찜) 같은 요리와 반찬 만들기 따위가 설명돼 있습니다. 숙부인 전의 이씨의 후손인 사운종가의 현 종손 조환웅 선생은《음식방문니라》를 현대어로 번역하여 책으로 펴기도 했지요.
그런가 하면 《반찬등속》은 겉표지 맨 오른쪽에는 문자책이라고 쓰여 있고 그 옆으로 계축납월 이십사일(1913년 12월 24일)이라고 쓰여 있을 뿐 글쓴이를 모르는 요리책입니다. 책 표지 왼쪽에는 ‘반찬 하는 것을 엮은 책’이라는 뜻의 한자어 ‘찬선선책(饍饍繕冊)’과 ‘반찬을 만드는 일 등’으로 해석되는 옛 한글 ‘반찬등속’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이 책을 발굴해낸 지명순 교수는 《반찬등속》에 기록된 반찬들을 현대에 재현해보는 노력을 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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