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결 선생은 신라 때 남산 아랫마을에 살았던 사람이다. ‘백결’이란 이름은 가난하여 언제나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를 걸치고 다니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지어 부른 이름이다. 백결 선생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거문고로 마음을 달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섣달그믐께 이웃에서는 절구에 떡을 찧는 소리가 한창인데 백결 선생 집에서는 떡쌀이 없어 떡을 찧을 수가 없었다. 부인이 슬퍼하며 정월 초하루를 무엇으로 맞을 것인가 하고 한탄했다. 그러자 백결 선생은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내어 부인의 슬픔을 달래었다."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글입니다.
▲ 쿵덕쿵덕 맞공이질로 방아를 찧어보세(그림 이무성 작가)
“쿵덕 쿵덕” 수확이 끝난 뒤거나 명절을 앞둔 때 가정에서는 곡식을 빻는 공이질 소리가 구성집니다. 이때 쓰는 절구는 사람 힘으로 곡식을 찧거나, 양념을 빻을 때, 또는 메주를 찧거나 떡을 찧을 때 쓰는 것입니다. 지방에 따라 도구ㆍ도구통ㆍ절기방아ㆍ방애(제주도)라고도 합니다. 절구는 재료에 따라 나무절구ㆍ돌절구ㆍ무쇠절구가 있지요. 절구는 보통 두 사람이 맞공이질을 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절굿공이가 딸려 있습니다. 절굿공이는 대개 긴 나무를 깎아 매끄럽게 만드는데, 손잡이가 되는 가운데 부분은 가늘게 하고 양쪽 끝부분은 두툼하고 둥급니다.
방아찧기는 곡식을 나무 절구에 넣고 둘이서 '쿵덕, 쿵덕' 박자를 맞추듯 소리를 내며 맞공이질을 합니다. 찧는 곡물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빻는데, 공이질 하는 사람 곁에는 곡식이 골고루 빻아지도록 절구질 사이사이 잽싸게 손을 넣어 뒤집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 밤하늘에 떠있는 둥근 달에서도 토끼는 절구질하고 있지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절구는 우리 옛 추억을 더듬어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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