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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3347. 공세리 성당과 이명래 고약

튼씩이 2016. 8. 5. 15:10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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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8. 5.



드라마나 영화, CF에 자주 등장하는 공세리 성당은 푸른 숲과 고목, 고색창연한 성당 건물이 어우러지는 한 폭의 풍경화 그대로입니다. 1890년에 파리외방전교회의 드비즈 신부가 지은 이 성당은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에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지정된 적이 있습니다. 벽돌로 지은 건물 외관도 아름답지만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스테인드글라스와 천장, 나무 의자 등 120년이라는 시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지요.

그런데 이명래고약이 이곳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참 흥미롭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뾰루지가 나면 누구나 찾았던 것이 이명래 고약이었습니다. 중국을 통해 조선에 들어왔던 드비즈 신부는 라틴어로 된 약용식물학 책과 한의학 지식을 응용하여 고약 만드는 비법을 창안해냈고, 이 성당을 다니던 신자 이명래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주었습니다.

고약 이름은 처음엔 드비즈 신부의 한국식 이름을 따서 “성일론(成一論) 고약”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래가 이 고약에 민간요법을 더해 1906년 “이명래고약집”을 문 열었지요. 성한 살은 건드리지 않고 고름만 골라 뿌리를 뽑는다는 “발근고(拔根膏)”가 이명래 고약의 고갱이(중심)로 소나무 뿌리를 태워 만든 기름에 약재를 녹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발근고가 종기를 터뜨리면 고약이 고름을 빨아내는 원리인데 우리나라 신약 제1호라 할 수 있다고 하지요. 이명래 고약, 이제 추억 속의 물건이 되었습니다.

옛 얼레빗 (2012-08-08)



2357. 정선의 박연폭포로 찜통더위를 날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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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도 오는 둥 마는 둥 한 뒤 찜통더위는 세상을 점령했고 어제가 입추인데도 더위는 그 위세를 점점 더해갑니다. 밤새 열대야에 시달리고, 낮에는 에어컨 바람에 냉방병에 걸릴 지경이지요. 이러한 삼복더위 속에 휴가도 가지 못한 이들을 위한 그림 하나를 선사합니다.

바로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박연폭포>가 그 그림입니다. 작품의 크기는 세로 119㎝, 가로 52㎝인데 겸재가 그린 진경산수화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진경산수화의 진수라고 평가되는 그림은 《박연폭포》와 함께 《금강전도》, 《인왕제색도》가 겸재의 3대 명작으로 꼽히지요.

특히 이 《박연폭포》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듣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우레소리를 거느린 높이 37m 폭포의 물줄기는 단박에 내리그은 정선의 붓끝에서 세차게 귓전을 때립니다. 특히 길게 과장해서 그려진 폭포수는 그림 아래 개미만큼 작게 그려진 선비와 시동 때문에 크게 대비됩니다. 그 대비는 소리의 크기를 인물의 크기에 견줘서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걸어놓은 방은 무더위도 접근할 엄두를 못 낼 것입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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