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단정하게 머리 빗을 때 뚜껑을 열던 빗접
단아한 모습의 조선 사대부가 여성은 아침마다 빗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빗었습니다. 이때 머리를 빗는 도구들은 빗접에 담아 두었지요. 빗접은 쓰임새에 따라 크고 작은 서랍이 여러 개 달리고, 항상 경대와 함께 머리맡에 두고 썼습니다. 빗빗솔(빗살 사이에 낀 때를 빼는 솔), 빗치개(가르마를 타거나 빗살 틈에 낀 때를 빼는 데 쓰는 도구), 가르마꼬챙이(가르마를 타는 데 쓰는 가느다란 꼬챙이), 뒤꽃이(쪽 진 머리 뒤에 덧꽃는 비녀 이외의 꾸미개), 동곳(상투가 풀리지 않게 꽃는 물건) 같은 머리를 손질할 때 쓰는 도구들을 빗접에 넣어두었습니다. 또 빗질할 때 빠진 머리카락을 기름종이인 퇴발낭退髮囊에 모아서 그 안에 넣어두었지요. 이렇게 한 해 동안 모아둔 머리카락은 설날 저녁 문밖에서 태우는데, 그때 나는 냄새로 악귀나 나쁜 병이 물러간다고 믿었습니다. 이 풍속을 ‘원일소발元日燒髮’이라고 했지요.
빗접은 만드는 재료에 따라 창호지 따위를 여러 겹 붙여 기름에 절여서 만든 것과 나무로 짜서 만든 것이 있습니다. 또 먹감나무·느티나무·오동나무 따위로 만들어 나뭇결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 있는가 하면 자개를 붙여 화려하게 꾸민 ‘나전 빗접’, 쇠뿔로 장식한 ‘화각 빗접’도 있습니다. 그 무늬는 대개 십장생, 원앙, 연꽃, 산수 따위로 여성들의 기호와 취향에 맞는 것들입니다. 어머니가 아침마다 단정하게 머리를 빗을 때 그 뚜껑을 열던 빗접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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