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제주 해녀들의 생명줄, 태왁박새기

튼씩이 2021. 11. 5. 08:53

제주 해녀들의 생명줄, 태왁박새기

 

태왁박새기란 해녀가 바다에서 작업할 때 몸을 의지하여 쉬기도 하고, 작업하는 위치를 알려주기도 할뿐만 아니라, 망사리를 매달아 채취한 해산물을 물 위에 띄워 놓기도 하는 뒤웅박을 말합니다. 흔히 태왁이라고만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박새기는 바가지를 이르지요. 잘 여믄 박을 파내어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속의 씨를 빼낸 다음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아둔 것이기 때문에 물에 잘 뜹니다.

 

하나의 태왁을 만들기 위해 해녀들은 2월에 흙을 파고 밑거름을 해두었다가 3월 삼짇날에 박씨를 심습니다. 해녀들의 정성이 헛되지 않아 6월 하순께가 되면 지붕 위나 주저리(덤불)에 박이 주렁주렁 열리지요.

 

해녀들은 바다에서 작업할 때 대개 두 사람이 짝을 이룹니다. 특히 물살이 빠른 곳일 경우에는 작업 도중 태왁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교대로 태왁을 붙잡고 있기도 하지요. 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해녀의 생명은 오직 이 태왁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작업을 마치고 물 위로 올라온 해녀들이 그동안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는 호잇하는 숨비기 소리(숨비소리)가 날 때까지, 태왁은 해녀들의 생명을 보듬는 생명줄이지요.

 

 

망사리   제주도에서 해녀가 채취한 해물 따위를 담아 두는 그물로 된 그릇.

 

숨비기 소리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물질을 할 때 숨을 참고 있다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내는 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