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겨리로 논밭 가는 모습을 보았나요?
게으른 버릇은 기름진 땅을 믿기 때문 懶習眞從沃壤然
상농도 중천에 해 뜨도록 잠에 빠졌다가 上農猶復日高眠
느릅나무 그늘에서 한바탕 술주정하고 나서 楡陰醉罵移時歇
느리작느리작 소 한 마리 몰고 마른 밭을 가는구나 徐取一牛耕旱田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강진에 귀양 가서 쓴 「탐진농가(耽津農歌)」라는 시 가운데 일곱 번째 작품이지요. 이 시에는 "경기 지방의 마른 밭은 소 두 마리로 간다."라는 주석이 붙어 있습니다. 귀양 가서 본 전라도 강진에선 외겨리(독겨리)로 밭을 갈지만 경기도에서는 쌍겨리(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로 갈았기에 주석을 달아 놓은 것입니다.
대개 땅이 평평하여 쉽게 흙을 팔 수 있으면 외겨리로 갈지만, 화전 같은 경사지거나 흙이 단단하거나 돌이 많은 땅에는 쌍겨리로 갈아야 했지요. 그러나 소 두 마리는 농민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재산이 아니어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쌍겨리로 갈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이야 쌍겨리로 논밭을 가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만 단원 김홍도의 <논갈이>와 김준근의 풍속화 <밭갈이와 씨뿌리기>에도 쌍겨리 그림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예전에는 쌍겨리로 가는 곳이 많았음을 알 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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