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오복을 부르는 박쥐무늬

튼씩이 2021. 11. 8. 12:59

오복을 부르는 박쥐무늬

 

 

박쥐는 짐승 가운데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인데 박쥐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쥐는 짐승과 새가 싸울 때 짐승이 우세하자 새끼를 낳는 점을 들어 짐승 편에 들었다가, 다시 새가 우세하자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새의 편에 들었다는 우화 때문에 박쥐를 변덕이 심한 동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쥐는 예부터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활용품 속에 그 모양을 그려 넣거나 공예품, 가구 장식, 건축 장식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또한 박쥐 그림을 길상吉祥(운수가 좋을 조짐) 무늬로 여겨 베갯모에 수놓았을 때는 다산을 뜻했고 아들을 점지해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박쥐의 강한 번식력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한자문화권에서는 모두 박쥐를 길한 동물로 여겼는데, 특히 중국에서는 ()’ 자를 크게 써서 박쥐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걸어두면 복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는 박쥐를 뜻하는 한자 ()’ 자를 행운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박쥐를 하늘의 쥐를 뜻하는 천서(天鼠)’라고 부르거나 신선 같은 쥐라고 해서 선서(仙鼠)’라고도 불렀습니다. 풍수지리에서는 산이 박쥐 모양이면 묏자리로 명당이며 자식이 장원 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른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말에서 박쥐는 본래 밤쥐를 뜻하는데 이 말이 발, , 박으로 굳어져 오늘날 박쥐가 된 것으로 보고 있지요. 박쥐는 낮에는 쉬고 밤에만 움직이므로, 여기에 빗대어 낮과 밤이 뒤바뀐 사람을 박쥐족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무늬로는 더없이 호평받는 박쥐는 오복(五福)의 화신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동물입니다.

 

 

 

오복   유교에서 이르는 다섯 가지의 복. 보통 수(), (),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이른다.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함과 자손이 중다(衆多)함을 꼽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