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길의 큰 빗으로 탐관오리를 쓸어버려야 – 유몽인, 「영소」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 참빗으로 빗으니 木梳梳了竹梳梳
얽힌 머리털에서 이가 빠져나오네 亂髮初分蝨自除
어쩌면 천만 길의 큰 빗을 장만하여 安得大梳千萬尺
만백성의 이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까 一歸黔首蝨無餘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설화 문학가로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談)』을 쓴 유몽인(柳夢寅)의 「詠梳(영소,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라는 한시입니다.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으로 반달 모양으로 생겨서 ‘월소(月梳)’라고 하지요. 또 참빗은 빗살이 매우 촘촘한 빗으로 얼레빗으로 머리를 대강 정리한 뒤 보다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비듬, 이 따위를 빼내기 위해 썼습니다.
이 시에서 재미난 것은 백성들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이(蝨)에 비유하여 읊은 것입니다. 권력에 기생하여 위로 아부하고 아래로 군림하여, 백성의 고혈을 빠는 간악한 관리를 ‘슬관(蝨官)’이라고 하지요. 참빗으로 이를 가려뽑듯 이런 슬관을 철저히 가려 없애버려야 백성이 편히 살 수 있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풍자시입니다. 유몽인은 문장가 · 외교가로 이름을 떨쳤으며 전서(篆書) · 예서(隸書) · 해서(楷書) · 초서(草書)에 모두 뛰어났지요. 정조 때 시호를 받고 이조판서로 추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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