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91. 바느질 하면서 학문을 닦아 경서에 두루 통한 강정일당

튼씩이 2016. 9. 23. 07:35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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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9. 23.



萬木迎秋氣 어느덧 나무마다 가을빛인데
蟬聲亂夕陽 저녁노을 어지러운 매미 소리
沈吟感物性 제 세상 다하는 게 슬퍼서인가
林下獨彷徨 쓸쓸히 숲속을 홀로 헤맸네

위 한시는 조선 후기의 여류문인 강정일당(姜靜一堂, 1772년~1832)의 “가을매미 소리[聽秋蟬]”입니다. 시인은 숲속을 홀로 쓸쓸히 헤맵니다. 매미소리는 여름과 다를 바 없이 그대로인데 시인의 맘속에 다르게 비칠 뿐입니다. 강정일당은 어려서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효성이 지극하였습니다. 학문과 교육 모두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시대에 살았으면서도 경서에 두루 통하였으며, 시문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그녀는 아홉 자녀가 모두 돌이 되기 전에 죽는 불행을 당했고 집이 가난하여 바느질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남편의 학문 뒷바라지에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강정일당은 바느질하면서도 남편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깊은 뜻을 헤아렸지요. 그녀의 재능은 결국 남편을 뛰어넘었고, 남편과 학문적 토론을 함께하곤 했습니다. 심지어 남편은 뒷날 “부인도 내가 한 가지라도 잘하는 것이 있으면 기뻐하였고, 한 가지라도 허물이 있으면 걱정하여 충고하였다. 내가 우둔하여 모두 실천하지 못했지만, 부인의 좋은 말과 바른 충고는 죽을 때까지 가슴에 새겼다.”라고 했을 정도였지요. 강정일당은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란 책을 남겼습니다.

옛 얼레빗 (2012-09-25)



2384. "호자(虎子)"라 불리는 백제와 진나라 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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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에도 요강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물론 “호자(虎子)”라고 불렀지만 이것이 바로 휴대용 소변기 곧 요강이었지요. 그런데 이 호자의 모양이 좀 우스꽝스럽게 생겼는데 호랑이가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중국 고대의 기록인 ≪예창사지≫에 따르면 '신선이 호랑이의 입을 벌리게 하여 오줌을 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서경잡기≫라는 책에도 중국 한나라 시절 '시종들이 호랑이 모양의 그릇을 들고 다녔으며 그 곳에 황제가 오줌을 눴다.'라는 기록이 전해와 이는 분명히 요강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백제와 중국의 호자를 견주어 보면 똑같은 호랑이 모양의 요강이이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호자는 중국 서진 말에서 동진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호랑이가 위쪽을 바라보고 네 무릎을 꿇어 엎드려 있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에 견주어 부여 군소리에서 출토된 백제호자는 윗몸을 약간 일으킨 채 고개를 왼쪽으로 조금 돌린 모습입니다. 그리고 청자호자에서 보이는 윗부분의 호랑이 얼굴과 몸통 옆의 날개 모양의 무늬가 없이 단순합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 것은 육중하고 우직스럽게 보이고 백제 것은 앙증맞고 귀엽게 보입니다. 중국문화와 한국문화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데 이 호자만 봐도 알 수있습니다. 한 역사학자가 “백제의 문화는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라고 했다는데 우리의 옛 문화를 남의 것과 견주어 보면 더 선명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자칫 베끼고 흉내 낸 것이라는 자학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바라다보면 분명히 다른 독창적인 모습의 전통문화를 엿 볼 수있게 되지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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