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에도 요강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물론 “호자(虎子)”라고 불렀지만 이것이 바로 휴대용 소변기 곧 요강이었지요. 그런데 이 호자의 모양이 좀 우스꽝스럽게 생겼는데 호랑이가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중국 고대의 기록인 ≪예창사지≫에 따르면 '신선이 호랑이의 입을 벌리게 하여 오줌을 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서경잡기≫라는 책에도 중국 한나라 시절 '시종들이 호랑이 모양의 그릇을 들고 다녔으며 그 곳에 황제가 오줌을 눴다.'라는 기록이 전해와 이는 분명히 요강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백제와 중국의 호자를 견주어 보면 똑같은 호랑이 모양의 요강이이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호자는 중국 서진 말에서 동진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호랑이가 위쪽을 바라보고 네 무릎을 꿇어 엎드려 있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에 견주어 부여 군소리에서 출토된 백제호자는 윗몸을 약간 일으킨 채 고개를 왼쪽으로 조금 돌린 모습입니다. 그리고 청자호자에서 보이는 윗부분의 호랑이 얼굴과 몸통 옆의 날개 모양의 무늬가 없이 단순합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국 것은 육중하고 우직스럽게 보이고 백제 것은 앙증맞고 귀엽게 보입니다. 중국문화와 한국문화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데 이 호자만 봐도 알 수있습니다. 한 역사학자가 “백제의 문화는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라고 했다는데 우리의 옛 문화를 남의 것과 견주어 보면 더 선명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자칫 베끼고 흉내 낸 것이라는 자학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바라다보면 분명히 다른 독창적인 모습의 전통문화를 엿 볼 수있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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