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26

파친코(전 2권) - 이민진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굴레 『파친코』 속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한계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된 삶을 이어나간다. 삶은 모두에게나 고통이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에게는 더더욱 가혹했다. 물론 그들은 조선에서도 평탄한 삶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들은 그저 자식만큼은 자신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시대는 그들의 평범한 소원을 들어줄 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집의 막내딸 양진은 돈을 받고 언청이에 절름발이인 훈이와 결혼한다. “여자의 인생은 고생길”이라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그러한 인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양진은 남편 훈이와 함께 하숙집을 운영해나가며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녀는 온갖 궂은..

미생14 - 윤태호

온길 인터내셔널이라는 중소기업을 차린 오상식의 제안으로 원 인터내셔널 계약직을 끝내고 온길에서 근무하는 장그래와 사장 김부련, 전무 김동수, 과장 김동식, 경리 조아영이 핵심인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14권에서는 송일무역 사장이 쓰러지면서 온길이 송일무역을 합병하는 과정이 주 내용으로, 아들 한그루도 온길로 입사하게 된다. 프리퀄에서는 오상식이 사원 시절 상사의 죽음을 통해 비정하고 처절한 사회에서 미생으로서 버텨온 사연을 통해 빨간 눈이 된 사연이 펼쳐진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 기욤 뮈소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은 네이선이 절필을 선언한 1998년부터 베르뇌유 일가족이 살해당한 2000년까지의 과거 이야기, 2018년 현재 보몽 섬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된 라파엘과 20년 전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마틸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던 연인들이 카메라를 바다에 빠뜨리고, 15년 동안 무려 1만 킬로 가까이 표류하다 타이베이 바이샤완 해변에서 조깅을 하던 미국인 여성사업가에게 발견되고, 그녀가 카메라를 뉴욕 행 기내에 두고 내리고, JFK공항 분실물센터에 보관되었다가 스코츠보로의 수하물센터로 이동하고, 카메라를 구입한 미국 남자가 메모리 칩을 복원해 컴퓨터에 연결한 결과 안에 들어 있던 다수의 사진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 지난한 과정은 ‘필연이란 우연을..

직지(1, 2권) - 김진명

직지는 고려 말인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으로,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 佛祖直指心體要節)’이며, 상·하 2권으로 인쇄되었다. 현재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보다 78년 앞섰다. 그러나, 프랑스는 약탈 문화재라고 인정한 외규장각 도서와 달리 직지는 개인이 정당하게 구입한 문화재이므로 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6~7쪽) 최근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주장과 증거들이 잇달아 제기 되었는 바, 이 지식들의 포커스는 직지가 구텐베르크에게 전파되었다는 사실에 맞춰진다. 이러한 문제 제기 중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아가씨와 밤 - 기욤 뮈소

2017년 봄, 개교 5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졸업생 홈 커밍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모교인 생텍쥐페리 고등학교를 찾은 작가 토마는 코트다쥐르에 돌아와 25년 전 고교 시절 절친이었던 막심과 저지른 살인사건과 사체 유기에 대한 전모를 알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복수의 위협을 받는다. 1992년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텅 비다시피한 학교에서 자신의 이상형이라 믿고 있는 빙카의 긴급한 연락을 받고 찾아가 기숙사 방에서 빙카는 임신 키트를 보여주며 알렉시의 강요로 원하지 않던 임신을 하게 되었다고 호소한다. 이에 격분한 토마는 철학 교사인 알렉시를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고, 막심의 가세로 알렉시는 칼에 찔려 죽는다. 학교 건축공사를 맡고 있던 막심의 아버지 프란시스가 사체를 체육관 공사장 벽에 유기한 것으로 마무..

천사의 부름 - 기욤 뮈소

뉴욕 JFK공항의 복잡한 식당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딪친다. 한바탕 고성이 오가고, 두 사람은 떨어진 휴대폰을 챙긴다. 그들은 툴툴거리면서 각자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구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실수로 상대방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비행기에 오른다. 남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조나단이고, 여자는 파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매들린이다. 각자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소지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상대와 접촉을 시도한다. 그들은 휴대폰을 꺼놓지 않은 상태라 전혀 낯선 사람의 전화를 받아야 하고, 은밀하게 보낸 음성 메시지를 듣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매들린과 조나단은 서로의 삶에 깊은 호기심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염탐..

신친일파, 『반일 종족주의』의 거짓을 파헤친다 - 호사카 유지

『신친일파』를 저술한 호사카 유지는 일본계 한국인이다.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호사카 유지는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서 나고 자라 도쿄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서른이 넘은 나이에 한국으로 건너와 한일 관계 연구를 시작했고, 한국 생활 15년이 지난 2003년에 귀화해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이처럼 독특한 이력을 가진 호사카 유지가 『신친일파』를 저술한 까닭은 매우 명확하다. 한일 관계 연구를 30년 넘게 지속해온 학자로서 호사카 유지는 ‘가해자인 일본이 역사 앞에 진실해지지 않는 한, 한국과 일본의 화해나 공동 번영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영훈 등이 공동 집필한 책 『반일 종족주의』에는 너무나 많은 왜곡과 오류가 드러나 있었다. 더구나 『반일 종족주의』 속에는 역사적 진실과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