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26

아슬아슬한 희망 - 김기석

가끔 지렁이를 질투한다. 지렁이는 나뭇잎, 풀, 쓰레기 등 버려진 유기물을 제 몸무게만큼 먹어치우는 생태계의 청소부이다.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고 기름진 분변토를 내놓아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그런가 하면 흙 속에 길을 내서 토양에 공기와 수분이 드나드는 통로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지렁이를 닮을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일상의 모든 것을을 내 속으로 끌어들여 정화한 후 그것을 세상의 선물로 내놓을 수 있을까? - 5쪽 - 신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처럼 처신하는 이들을 잠잠케 하려고 즐겨 인용하던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노자가 언급한 천지불인(天地不仁), 즉 천지는 사사..

진이, 지니 - 정유정

유인원 책임사육사로서 마지막 출근을 했던 날, 진이는 예상치 못한 침팬지 구조 요청을 받고 스승 장 교수와 함께 인동호 주변에 있는 한 별장으로 향한다. 구조 작업에 착수하려던 찰나, 진이는 겁에 질린 채 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짐승이 침팬지가 아니라 보노보임을 알아챈다. 잊으려 애썼던 반년 전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라 아찔해지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구조 작업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노보는 마취 총에 맞고, 진이는 의식을 잃은 보노보를 품에 안은 채 장 교수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탄다. 장 교수는 보노보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어떠냐며 ‘지니’라는 이름을 제안한다. 평소 같지 않은 말에 그녀는 다소 뜨악해하지만, 입속말로 지니의 이름을 가만히 읊조린다. 진이, 지니……. 그때, 갑자기 도..

총몇명 스토리 1, 2 - 총몇명 원작, 윤종문 글그림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을 만화책으로 재구성 했다고 해서 호기심에 도서관에 2권을 빌렸다. 1권을 읽는 내내 이걸 끝까지 읽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끝까지 다 읽었다. 2권을 보면서도 계속되는 고민, 결국은 빌려온 2권을 다 읽었다. 뭘 얘기하고자 하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심심풀이로 보는 건지. 참 이해하기 난감한 내용이다. 내가 지금 세대를 이해 못하는 건지도......

뽀짜툰 1 - 채유리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 고양이 뽀또와 짜구의 동거 생활을 카툰 일기로 그리며 탄생한 〈뽀짜툰〉. 작가가 블로그에 연재할 때부터 많은 애묘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무려 9년이나 숙성된 웹툰이다. 1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작가가 아기 길고양이 뽀또와 짜구를 처음 만나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과정부터 세 번째 고양이 쪼꼬, 그리고 막둥이 포비까지 결국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사연이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과 재치 있는 입담 속에서 펼쳐진다. 오랜 기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고양이를 지켜봐온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녀만의 풍부한 표현력에 웃고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생활 습성이나 질병, 함께 살아가는 요령 등 유용한 정보들이 녹아있어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사람..

호사카 유지의 일본 뒤집기 - 호사카 유지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 일본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이 말을 자주 쓴다. 분명히 일본에서 받은 영향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은 ‘미래 지향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를 직시한다는 것이 자신들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황국사상을 내세워 아시아를 침략했던 일본이 만약 자신들의 과거를 본격적으로 직시하기 시작한다면 그렇게까지 침략적이었던 이유와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메이지 정부와 일왕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것이고, 현재의 상징 일왕제에 대한 비판까지도 본격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 176쪽 - 한국 사람보다도 더 한국적인 일본 사람-2003년에 한국으로 귀화함-인 호사카 유지 교수의 우리가 모르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한국을 어..

뽀짜툰 7, 8 - 채유리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도착한 책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호기심에 빌려 왔다. 원래 동물을 싫어해서 강아지나 고양이 기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인데, 어떤 마음과 자세로 애완동물을 기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알아보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왜 고양이에게 돈을 쓰면서 낭비하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남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취미 대신 자신은 고양이를 기르는데 정성을 쏟는다고 강변한다. 어찌보면 맞는 말인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맞고 틀리고 하는 문제가 아니니 그건 제쳐두고, 책을 읽는 내내 애완동물 기르는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동물을 싫어하고 좋아하고를 떠나서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나름의 논리와 주장을 가지고..

눈물점 - 미야베 미유키

미시마야 괴담 시리즈의 여섯번째 이야기이다. 눈물점은 눈물점의 모습을 하고 일가를 덮친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앙을, 시어머니의 무덤은 꽃피는 봄에는 절대 올라가서는 안 되는 언덕에 대해, 동행이인은 길 위를 달리는 파발꾼을 뒤따라오는 괴이한 정체를,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려 대저택에 갇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맞이하는 장대한 운명 이야기로, 총 4편의 괴담이 이어진다. 작가 소개에 화차라는 작품이 있기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화차와 비슷한 종류의 소설이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전혀 다른 류의 내용이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데 읽어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시대 배경, 문화와 풍습 때문에 진도를 내기가 힘들었지만,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얘기 함으로써 마음의..

차별의 언어 - 장한업

‘우리나라’ ‘조선족’ ‘다문화가정’ ‘쌀국수’ ‘국민여동생’ 등은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단어들이다. 국내 만연한 차별의 시선을 고치고자 노력해 온 장한업 교수는 『차별의 언어』에서 ‘왜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사용할까?’ ‘왜 이탈리아 국수는 ‘스파게티’라고 부르면서 베트남 국수는 ‘쌀국수’라고 부를까?’ ‘왜 ‘다문화’와 ‘타문화’를 동의어처럼 사용할까?’라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 단어들 속에 담겨 있는 단일민족의 허상과 그에 따른 차별 의식을 다루고 있다. 그는 ‘우리’라는 말이 그에 해당하는 집단을 울타리처럼 보호하면서도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을 배척하는 단어라고 밝히고, ‘국민000’ ‘000여왕’이라는 호칭의 과도한 사용에서는 집단주의와 국군주의의 냄새를 읽는다. 또..

인생은 소설이다 - 기욤 뮈소

줄거리 플로라 콘웨이는 현재 세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지만 데뷔작을 필두로 나머지 두 작품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한편 최고 권위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해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다. 플로라 콘웨이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데뷔 이래 줄곧 언론 노출을 꺼려왔고, 대학교나 서점 등에서 자주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책표지에 사용하고 있는 젊은 시절 사진 한 장만이 유일하게 플로라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다. 20여 개국에 소설 판권이 팔려나갔을 만큼 플로라의 인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플로라의 소설을 전담 출판해온 팡틴 드 빌라트가 주도한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고, 매번 문학상 후보에 오를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뷰 요청을 매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