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렁이를 질투한다. 지렁이는 나뭇잎, 풀, 쓰레기 등 버려진 유기물을 제 몸무게만큼 먹어치우는 생태계의 청소부이다.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고 기름진 분변토를 내놓아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그런가 하면 흙 속에 길을 내서 토양에 공기와 수분이 드나드는 통로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지렁이를 닮을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일상의 모든 것을을 내 속으로 끌어들여 정화한 후 그것을 세상의 선물로 내놓을 수 있을까? - 5쪽 - 신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처럼 처신하는 이들을 잠잠케 하려고 즐겨 인용하던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노자가 언급한 천지불인(天地不仁), 즉 천지는 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