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44

영친왕비의 가체를 장식한 대봉잠

영친왕비의 가체를 장식한 대봉잠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 에서 훤은 무녀 월이 연우였음을 깨닫고 연우가 있는 활인서로 한걸음에 달려가 감격적으로 재회합니다. 훤은 연우를 편전으로 데려가 과거 연우에게 선물했던 봉잠 ‘해를 품은 달’ 한 쌍을 준 뒤 “하나는 내 달이 돼달라는 청혼의 징표로, 또 하나는 그대가 나의 정비가 되는 날 이곳에서 줄 생각이었는데 이제야 하나가 됐다”며 키스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조선시대 왕비들이 가체에 꽃던 비녀에는 매화를 새긴 ‘매잠’, 석류를 새긴 ‘석류잠’, 봉황 모양을 새긴 ‘봉잠’, 대나무 마디 무늬를 넣은 ‘죽절잠’ 등이 있는데 그 화려함이 보는 사람 누구나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 가운데 에 등장했던 봉잠은 머리 부분에 봉황 모양을 새긴 큰 비녀입니다. 국립고궁..

오복을 부르는 박쥐무늬

오복을 부르는 박쥐무늬 박쥐는 짐승 가운데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인데 박쥐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쥐는 짐승과 새가 싸울 때 짐승이 우세하자 새끼를 낳는 점을 들어 짐승 편에 들었다가, 다시 새가 우세하자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새의 편에 들었다는 우화 때문에 박쥐를 변덕이 심한 동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쥐는 예부터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활용품 속에 그 모양을 그려 넣거나 공예품, 가구 장식, 건축 장식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또한 박쥐 그림을 길상吉祥(운수가 좋을 조짐) 무늬로 여겨 베갯모에 수놓았을 때는 다산을 뜻했고 아들을 점지해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박쥐의 강한 번식력에서 유래한 것이지요. 한자문화권에서는 모두 박쥐를 길한 동물로 여겼는데, 특..

종 하나를 나무틀에 매단 특종

편종(編鐘)처럼 생긴 종 하나를 나무틀에 매단 국악기 특종(特鐘)을 보셨나요? 16개의 종을 가진 편종과 연원을 같이하는 중국 고대의 타악기라고는 하나,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송나라의 휘종(徽宗)이 보낸 신악기 가운데는 특종이 없습니다. 『세종실록』 12년(1430년) 3월 5일에 나오는 특종은 당시에는 ‘가종(歌鐘)’이라고 했지요. 그러다 성종 때 이 타악기를 비로소 ‘특종’이라고 불렀습니다. 길이가 62cm, 밑 부분의 지름이 29.3cm인 종 하나를 틀에 매달아 놓은 것인데, 이 종은 편종의 종보다 두 배나 큽니다. 특종은 동철과 납철을 화합하여 주조하지요. 특종의 음은 12율(律)의 기본음인 황종(黃鍾)입니다. 오늘날 특종은 종묘제향(宗廟祭享)에서 제례악이 시작할 때만 연주됩니다. 박(..

돌로 만든 악기, 편경을 아십니까?

편경(編磬)은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중국에서 편종과 함께 들어와 궁중제례악에서 사용된 악기입니다. 처음에는 편경을 만들 돌이 없어서 중국에서 수입해서 만들거나, 흙을 구워서 만든 와경(瓦磬)을 편경 대신 썼습니다. 그러다 조선 세종 7년(1425년) 경기도 남양에서 경석(磬石)이 발견되어 세종 9년(1427년) 12매짜리 편경 한 틀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편경은 습도나 온도의 변화에도 음색과 음정이 변하지 않아 모든 국악기를 조율할 때 표준이 됩니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편경은 12개로 편성되었지만 성종 때 쓰인 편경은 16매짜리였고, 이후로 지금까지 16매를 씁니다. ㄱ자 모양으로 만든 16개의 경석을 음높이 순서대로 위·아래 두 단에 8개씩 붉은 노끈으로 매다는데, 경석..

‘전(傳)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 국가민속문화재 지정 예고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조선 시대 왕실의 어린이 복식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전(傳)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모두 9건)’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한다.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는 복식 유물은 1998년 숙명여자대학교가 기증받은 조선 시대 왕실의 어린이 옷(모두 9건)으로, 영친왕비인 이방자 여사가 보관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이은(李垠, 1897~1970)의 옷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전해지는데, 옷의 주인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고 옷의 크기로 미루어 볼 때 실제 영친왕이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傳) 영친왕 일가 어린이 옷’은 조선 시대 왕가 어린이가 입었던 옷에서 볼 수 있는 주요한 특징들이 잘 나타나 있기에 문화재..

(얼레빗 4664호) 소라로 만든 국악기 <나각(螺角)>

임금의 나들이나 군대의 행진 때 연주하는 ‘대취타’에는 이라는 악기도 있습니다. 이 나각은 길이가 40cm정도 되는 큰 소라의 살을 꺼내고, 꽁무니 뾰족한 끝부분을 갈아 취구(吹口, 나팔ㆍ피리 등의 입김을 불어 넣는 구멍)를 만들어 끼웁니다. 일정한 크기는 없으며 소라의 원형 그대로 쓰기도 하고, 천으로 거죽을 씌우기도 하며 속에 붉은 칠을 하여 치레하기도 하지요. ▲ 소라로 만든 국악기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은 《조선왕조실록》에는 ‘나(螺)’ 또는 ‘소라’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고려 의종 때 각종 의장을 갖는 행렬의 수레 뒤에 따르던 취라군(吹螺軍)이 이 악기를 불었다는 《고려사》의 기록이 있습니다. 궁중 잔치와 군악에 사용되었고,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가운데 〈정대업(定大業)..

《왕실문화도감》 수록 그림 무료 내려받기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은 모두 5권의 《왕실문화도감》에 수록된 그림(Illustration) 원본파일을 교육, 문화,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도록 7월 2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 무료로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그림 원본 파일은 모두 1,050여 점으로 왕실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만 명확하게 밝힌다면 교육, 문화, 산업적인 목적을 포함하여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2차 저작물로도 수정ㆍ변형할 수 있다. 그림 자료는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이 쉬운 에이아이 파일(AI File)형태와 그림 파일(JPG File) 두 종류 형태로 제공된다. ▲ 적의(翟衣) 착용 모습(왼쪽)과 적의(翟衣) 일습 구성품(오른쪽)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 ..

조선의 천문과학 기념우표

우리의 전통 과학은 천문학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천문(天文)’이란 ‘하늘에 드리워진 무늬’로서 우주와 천체의 다양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우리 민족은 문헌 기록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하늘을 관측해 다양한 기록을 남겨 왔으며 삼국 시대와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4월 21일 제54회 과학의 날을 맞아 조선의 우수한 천문과학을 되돌아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조선의 천문과학”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농업 중심의 과학기술은 조선 개국 이후 천문학을 토대로 한 단계 발전하여 세종 때에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고려부터 이어진 서운관은 조선 시대에도 천문·지리·기상 관측 등을 담당하였고, 세종 16년(1434)에 ‘관상감’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역법 ..

(얼레빗 4573호) 미국을 떠돌다 귀국한 고종과 명성황후 어새

왕실에서 쓰던 도장으로는 국새와 어보가 있습니다. ‘국새는(國璽)’는 외교문서를 비롯한 각종 공공문서에 공적 목적으로 쓰였지요. 이와는 달리 ‘어보(御寶)’는 주로 존호(尊號, 임금이나 왕비의 덕을 칭송하여 올리던 이름)와 시호(諡號, 임금이나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죽은 뒤에 그 공덕을 칭송하여 임금이 품계를 높여주던 이름)를 올리는 등 궁중 의식을 치를 때 의례용으로 쓰던 도장입니다. 그런데 국새는 정변이나 전쟁 등으로 대부분 불타거나 없어졌지만 어보는 종묘에 보관했기에 대부분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어보와 국새의 모양과 크기, 재료는 거의 비슷합니다. 어보의 높이는 대략 10센티미터, 무게는 2~7킬로그램 정도며, 재료로는 금ㆍ은ㆍ옥 등이 쓰입니다. 대부분 사각 몸체에 거북이나 용 모양의 손잡이에 끈이..

(얼레빗 4558호) 조선시대 무기, 사인검ㆍ철퇴 보셨나요?

최근 국립고궁박물관은 왕실문화도감 《무구(武具)》를 펴냈습니다. ‘무구’는 유물의 다양한 그림과 시각자료를 함께 수록한 책으로 ’군사‘를 주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펴내는 사전식 도감입니다. 그동안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 왕실 문화에 대해 일반인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축적을 위해 《조선왕실 복식(2012)》, 《궁중악무(2014)》, 《국가제례(2016)》, 《의장(2018)》을 펴냈으며, 이번에 5번째로 《무구》를 펴낸 것입니다. ▲ 왼쪽 - 사인검 그림(길이 101.3cm, 칼날 너비 10.6cm / 자루엔 부적, 칼날엔 별자리가 새겨졌다.) / 은입사귀연문철퇴(왼쪽 길이73.7×너비9.3cm, 오른쪽 길이73.8cm×9.4cm) 이 책에는 먼저 ’궁시(弓矢)‘ 곧 각궁, 예궁, 죽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