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44

(얼레빗 4483호) 조선후기 관직을 강매했던 가짜 공명첩

조선시대에 관원에게 품계와 관직을 내릴 때 주는 임명장을 교지(敎旨)라고 합니다. 교지는 관원을 임명할 때뿐만 아니라 임금이 시호(諡號), 토지, 노비 등을 하사할 때도 발급되었는데, 대한제국 때에는 황제가 내려주는 칙명(勅命)이라는 문서가 이를 대신하게 되지요. 그런데 여기 국립고궁박물관에 교지도, 칙명도 아닌 교명(敎命)이란 이상한 문서도 있습니다. 더구나 임명되는 사람 이름이 쓰여 있어야 할 부분은 공란으로 비워두고,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경기전(慶基殿)의 행(行) 수원참봉(水原參奉)인 관직을 임명하는 문서입니다. ▲ 관직을 강매할 때 쓴 것으로 보이는 ‘교명(敎命)’이라고 쓴 가짜 공명첩 문서를 발급한 때는 대한제국 때인 광무 6년 3월 아무개 날로 날짜는 기록하지 않았으며, 황제의 옥새인 ‘칙..

(얼레빗 4463호) 조선시대 침구술 시술을 연습했던 청동인체상

조선시대 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침과 뜸 곧 침구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침구술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있는 수백 개의 경혈을 침구술을 시술하는 사람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지요. 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이 시술하면 환자가 위험할 수 있어서 조선 왕실에서는 청동으로 경혈을 표기한 인체상을 만들어 정확한 침구술을 익히는 연습을 했습니다. ▲ 청동인체상 전체모습(왼쪽), 머리 위 액체 주입구 모습 침구술을 연습하기 위해 만든 청동인체상 머리 위에는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물이나 수은을 넣은 뒤, 시술자가 올바른 혈 자리에 침을 놓으면 액체가 흘러나오도록 하였지요. 《승정원일기》 기록에 따르면 1747년(영조 23년) 숙종의 왕비인 인원왕후를 치료하기 전 2명의 의관을 뽑을 때 청동인체상..

(얼레빗 4410호) 국립고궁박물관, 국새와 소장품 100선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8월 19일부터 조선왕실 대표 100가지 보물을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을 통해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하는 ‘소장품 100선’은 조선왕실과 대한제국황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유물들이며, 지난 15년 동안 국립고궁박물관이 새로운 소장품의 확보에 쏟아 온 노력과 열정 그리고 국내 유일 고궁박물관으로 거듭나는 과정과 성과를 엿볼 수 있는 귀한 문화재들입니다. ▲ 보물 제1618-2호 국새 황제지보 그런데 이 보물 가운데는 보물 제1618-2호 국새 황제지보도 있습니다. 그밖에 대한제국 고종황제 어새 등 어보와 인장 16가지가 함께 소개됩니다. 여기서 임금의 도장에는 국새와 어보가 있는데 어떻게 다를까요? 이 두 도장은 크..

(얼레빗 4398호) 임금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신하 '불소지신'

조선시대 세자를 가르친 것은 나중에 임금을 만들기 위한 영재교육이었기에 세자를 가르치기 위한 별도의 기관을 두었습니다. 태조 때에는 그저 ‘세자관속(世子官屬)’이라 하여 관리만 두었는데 세조 때 드디어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을 설립하였습니다. 시강원 설립 목적은 유학교육을 통해서 미래의 임금인 세자에게 임금으로서 갖추어야 할 학문적 지식과 도덕적 자질을 기르기 위함이었지요. ▲ ‘세자시강원’에 걸어두었던 편액으로 효명세자의 예필(국립고궁박물관) 이때 세자를 가르치는 시강관들은 모두 당대의 실력자들이 임명되었습니다. 세자의 사부는 물론 가장 고위직인 영의정과 좌ㆍ우의정이 맡았지요. 하지만, 이들은 나랏일로 바빴기 때문에 실제로 세자를 가르치는 사람은 빈객(賓客) 등 전임관료들이었는데 주로 문과 출신의 ..

(얼레빗 4341호) 세계 처음 만든 측우기와 측우대 국보되다

“서울에서는 쇠를 주조(鑄造)하여 기구를 만들어 이름을 측우기(測雨器)라 하니, 길이가 1척(尺) 5촌(寸)이고 직경(直徑)이 7촌입니다. 주척(周尺)을 사용하여 서운관(書雲觀)에 대(臺)를 만들어 측우기를 대 위에 두고 매번 비가 온 뒤에는 서운관의 관원이 직접 주척(周尺)으로 물의 깊고 ..

(얼레빗 4328호) 조선에만 있는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병풍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인정전, 창경궁 명정전, 덕수궁 중화전 등 모든 궁궐의 정전에는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병(日月五峯圖屛)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태조의 어진을 모신 전주 경기전의 어진 뒤에도 오봉도가 설치되어 있지요. 이처럼 이 병풍은 아무 곳에서나 사용한 것이 아니라..

(얼레빗 4327호) 138쌍의 꿩무늬가 새겨진 영친왕비 적의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영친왕비가 1922년 순종을 알현할 때 입었던 ‘대례복영친왕비 적의(翟衣)’가 있습니다. ‘적의’란 고려 말부터 조선 말까지 왕비나 왕세자빈이 혼례인 가례(嘉禮) 때 입었던 옷입니다. 적의(翟衣)의 뜻은 적문(翟紋) 곧 꿩무늬를 일정한 간격 그리고 규칙적으로 넣..

(얼레빗 4326호) 경복궁 중건공사 때 식당주인 식비 떼먹어

조선은 모든 국가적 행사를 기록으로 남겼기에 기록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이러한 기록에는 물론 궁궐을 지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궁궐 영건(營建) 곧, 나라가 궁궐 등을 짓는 것은 국가의 운영을 계획하여 짓는 일로 궁궐, 종묘, 사직단, 성곽 등에 유교 통치 이념을 담아 건축하였..

(얼레빗 4321호) 아펙 정상회의 때 정상들도 입었던 두루마기

지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두루마기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배자, 창의, 저고리 등을 놓고 정상들이 입을 겉옷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가운데 APEC 준비기획단은 한복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 정상들도 쉽게 입을 수 있고, 한국의 멋이 물씬 풍긴다는 ..

(얼레빗 4312호) 부귀와 장수를 소망한 ‘모란도 병풍’

모란은 꽃 가운데 임금, 곧 화왕(花王)이라고도 불리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런데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모란꽃을 그린 여덟 폭의 병풍이 있습니다. 모란은 괴석 위에 곧게 그려졌는데 괴석은 오랫동안 변치 않는 돌을 상징하는 것으로 장수(長壽)를 뜻합니다. 이 모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