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15

‘다케시마’가 일본 땅? 주장하는 명칭마저 우리말 ‘받아쓰기’

지난 2월 16일, 일본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 조사차 일본을 방문한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일본 요나고 공항에서 2시간 동안 조사받는 일이 일어났다. 서 교수의 사회관계망에 따르면 요나고 공항 측은 조사서에 가족의 이름과 성별까지 상세히 적으라 요구했으며, 여행용 가방까지 샅샅이 뒤졌다. 서 교수가 조사받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사례로 독도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이 독도의 이름으로 주장하는 ‘다케시마’가 순우리말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케시마’도 결국은 순우리말 ‘대섬’에서 유래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기 시작한 1900년대 이전에 일본은 ..

가득 차 있으면 빈 곳도 있는 ‘소만’

보릿고개 - 이영도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로 ‘소만(小滿)’이다. 소만이라고 한 것은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차기[滿] 때문인데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는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 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 것도 별미다. 이때 특별한 풍경은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대신 대나무만큼은 ‘죽추(竹秋)’라 하여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죽추(竹秋)”란 대나무가 새롭게 생기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느라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평상, 조선시대에는 즐거움 현대에는 권태

평상, 조선시대에는 즐거움 현대에는 권태 고가 도로 밑, 평상에 아저씨들 몇이 앉아 있다 삼화표구, 전주식당, 영진오토바이 주인들이다 (……) 무슨 얘기 끝에 대화가 뚝 끊겼는지, 평상에 앉은 네 사람의 방향이 제각각인 채 침묵의 무릎을 세우고 있다 저 장면을 사진 찍거나 그림 그려서 ‘권태’, ‘오후’ 같은 제목을 붙이면 제격일 텐데 아저씨들 저녁이 오면 슬슬 일어나서 고기를 굽거나 화투장을 만질 것이다 정병근 시인이 쓴 「평상(平床)」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평상은 나무 또는 대나무를 써서 그 위에 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만든 네모난 대(臺)입니다. 평상의 길이와 너비는 대개 2:1의 비율이지요. 평상의 가에 난간이 있기도 하는데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합..

괴석과 난초가 어우러진 흥선대원군의 <묵란도>

괴석과 난초가 어우러진 흥선대원군의 사군자 가운데 대나무가 남성적이라면 난초는 여성적이며 특히 명문가의 귀인을 뜻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왕비의 처소를 ‘난전蘭殿’, 미인의 침실을 ‘난방蘭房’이라고 하는 데서도 알 수 있지요. 중국의 『본초경』에는 난초를 기르면 집안에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잎을 달여 먹으면 해독이 되며 노화현상을 막는다고 쓰여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난초 그림은 귀신을 물리치는 뜻으로 여겨왔지요. 난초 그림 가운데 유명한 것으로,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이 만 71세 때인 1891년에 그린 12폭 병풍 가 있습니다. 그림은 2폭 씩 대칭구도를 이루도록 배치되어 있는데, 각 폭에는 다양한 괴석과 난초가 어우러져 있지요. 난초 잎은 뿌리에서 촘촘히 자라나 위로 한껏 기세를 뿜..

세화와 축수용으로 선계를 그린 <십장생도>

오래 사는 것 열 가지를 그린 것을 ‘십장생도十長生圖’라고 합니다. 그런데 열 가지가 안 되면 그저 ‘장생도長生圖’라 부르고, 한 가지씩 그린 것이면 ‘군학십장생도群鶴十長生圖’ ‘군록십장생도群鹿十長生圖’처럼 부르기도 하지요. 십장생으로는 보통 해, 구름, 뫼(산), 물, 바위, 학, 사슴, 거북, 소나무, 불로초를 꼽지만 그밖에 대나무와 천도天桃(하늘나라에서 나는 복숭아)를 그리기도 합니다. 보통 가운데에 사슴이나 학을 그리고 왼편에 바다와 거북을 그리는데, 아름다운 빛깔을 최대한 살려 상상 속의 선계仙界를 묘사하며, 대체적으로 8~10폭으로 된 병풍 그림이 많습니다. 새해에 임금이 신하들에게 장생도를 선물로 내렸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는 주로 왕실 등에서 오래 살기를 비는 축수祝壽용 그림이나 세..

단소와의 병조가 아름다운 국악기 양금

국악기 가운데 양금(洋琴)은 18세기 영조 때 유럽에서 청나라를 통해 들어 온 악기입니다. ‘구라철사금(歐邏鐵絲琴)’ 또는 ‘구라철현금(歐邏鐵絃琴)’이라고도 하며, 주로 민간의 정악 연주에 쓰였습니다. 사다리꼴 상자 위에 2개의 긴 괘를 세로로 질러 고정시키고, 괘 위에 14벌의 금속 줄을 가로로 얹은 다음, 대나무를 깎아 만든 가는 채로 줄을 쳐서 맑은 금속성의 소리를 내지요. 몸통은 오동나무판으로 만들며, 줄은 주석과 철의 합금으로 만듭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양금에 대한 기록이 나오며, 이규경의 『구라철사금자보(歐邏鐵絲琴字譜)』에도 양금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습니다. 풍류 악기인 양금은 18세기부터 줄풍류와 가곡, 시조 따위의 노래 반주에 쓰였고, 궁중무용인 ‘학연화대처용무합설’에서..

(얼레빗 4604호) 오늘은 소만, 가득 참과 비움의 철학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 비 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 /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농가월령가’ 4월령에 나오는 대목으로 이즈음 정경을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여덟째로 ‘소만(小滿)’입니다. 소만이라고 한 것은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차기[滿] 때문이지요. 또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습니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 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묻혀 먹는 것도 별미지요. ▲ 절기 소만에는 푸르름과 죽추, ..

(얼레빗 4539호) 정초 처음 서는 장에서는 키를 사지 않아

키는 탈곡이 완전히 기계화되기 전까지 농가에선 없어서 안 되는 도구였습니다. 곡물을 털어내는 탈곡 과정에서 곡물과 함께 겉껍질, 흙, 돌멩이, 검부러기들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키로 곡물을 까불러서 이물질을 없앴지요. 고리버들이나 대나무를 납작하게 쪼개어 앞은 넓고 평평하게, 뒤는 좁고 오목하게 엮어 만듭니다. 키는 지방에 따라서 ‘칭이’, ‘챙이’, ‘푸는체’로도 부르는데 앞은 넓고 편평하고 뒤는 좁고 우굿하게 고리버들이나 대쪽 같은 것으로 결어 만들지요. ▲ 농가에서 없어서 안 되었던 키(왼쪽), 키질을 하는 어머니 "키" 하면 50대 이상 사람들은 어렸을 때 밤에 요에다 오줌싼 뒤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던 물건쯤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키를 쓰고 간 아이에게 이웃 ..

7월 29일 - 갓 베어낸 푸른 대나무 구워 붉은 술을 만듭니다

전북 정읍에는 시도무형문화재 6-3호 향토 술 담그기로 지정된 전통술 죽력고(竹瀝膏)가 전해집니다. 죽력고는 갓 베어낸 푸른 대인 청죽을 잘게 쪼개 불에 넣어 구워 스며나오는 진액, 곧 죽력을 소주에 넣고, 꿀과 생강즙을 넣어 끓는 물에다 중탕하여 빚는 술입니다. 죽력고는 대나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