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199

[노래에서 길을 찾다]23-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입니다. 이 노래는 4316해(1983년)에 나왔으며 김승현 님의 노랫말에 김승덕 님이 가락을 붙여 남궁옥분 님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으며 남궁옥분 님의 고운 목소리와 어우러져 오래된 노래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노래입니다. 노랫말이 '한없는', '환상', '시절'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벗', '그리움', '땅거미', '노을'과 같은 토박이말이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한없는'은 '끝없는'으로, '환상'은 '생각'으로, '시절'은 '때로' 바꿔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흘러 가는 하얀 구름을 벗을 삼아 끝없는 그리움을 지우겠다는 말과 마음 깊은 곳에 꺼지지 않는 불꽃을 피우겠다..

[토박이말 살리기]-살얼음 살얼음길

지난 이렛날(7일)이 눈이 많이 내린다는 한눈(대설)이었습니다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눈은커녕 한낮에는 봄 날씨라고 해도 될 만큼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높은 고장에는 올해에도 몇 차례 눈이 내렸다고 하지요.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듣는 기별이 있습니다. 지난 이레에도 다른 고장에서 이것 때문에 수레가 부서지고 사람도 다쳤다는 기별을 봤습니다. 그 기별 속에 나온 말은 다름 아닌 ‘블랙 아이스’였습니다. 우리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기 때문에 수레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큼 낯익은 말일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 아이스’라는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말은 ‘검다’는 뜻의 영어 ‘black’에 ‘얼음’이라는 뜻의 ‘ice’를 더한 말..

[토박이말 살리기]1-95 매시근하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시근하다'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몸살이 나서 온몸이 매시근했다. 의사는 달가닥달가닥 소리를 내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쇠 꼬치를 그의 입에 넣었다 꺼냈다 하였다. 철호는 매시근하게 잠이 왔다.(이범선, 오발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몸에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만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두 가지 풀이를 보니 밑에 것이 좀 더 뜻을 알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운'이라는 말이 '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매시근하다: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이렇게 몸에 힘이 없고 나른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낮밥을 먹고 바로 앉아서 ..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8-홀소리

1학년 학기 국어 배움책(교과서) 셋째 마당 ‘다 함께 아야어여’에서는 “모음자를 알아봅시다.”라는 말을 앞세우고 모음자 모양 알기-모음자의 이름 알기-모음자 찾기-모음자 읽기-모음자 쓰기-모음자 놀이하기의 차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습니다. 앞서 ‘자음자’ 이야기를 할 때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교과서에 ‘모음자’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아이도 ‘모음자’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왜 ‘ㅏ,ㅑ,ㅓ,ㅕ...’같은 것을 왜 모음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물어도 ‘어미 모’, ‘소리 음’이라는 한자 풀이를 넘어 더 쉽게 풀이해 줄 수 있는 선생님들도 많지 않은 게 참일입니다. 제가 1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겪어 본 바에 따르면 ‘모음’보다 ‘홀소리’라는 말을 ..

[토박이말 살리기]1-94 매끼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매끼'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 뜻으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첫째 뜻은 '곡식 섬이나 곡식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월을 보였습니다. 벼를 베고 매끼를 틀어 볏단을 묶다. 동생은 나뭇단 매끼로 쓸 칡넝쿨을 끊어 놓았다. 그는 지게 고다리에 낫과 도끼를 매끼로 매달고 나무하러 갈 채비를 차렸다. 둘째 뜻으로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곡식 섬이나 곡식 단 따위를 묶을 때 쓰는 새끼나 끈을 세는 단위'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베 일곱 매끼 보릿단 열두 매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두 가지로 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뜻으로 '곡식 단이나 섬을 묶는 데 쓰는 새끼나 끈'으로..

한일 병합 이전의 <한국 신사(神社) 창건론> - 《일본 통치하의 해외신사》 1

1925년(대정14년) 10월 15일, 하늘은 맑았다. 일제는 경기도 경성부(당시 표기, 지금의 서울) 남산에 천조대신과 명치왕을 제신으로 하는 '관폐대사 조선신궁(官幣大社 朝鮮神宮)'의 진좌제(鎭坐祭)를 봉행했다. 진좌제란 신사(神社)에서 건물을 지어 영령께 고하는 의식을 말한다. 이날 아침 10시 10분, 의장대가 연주하는 국가의 진혼이라는 음악에 맞춰 다카마츠 시로 궁사(宮司) 이하 제원(祭員)들과 참례자 대표인 이왕가의 이강공(李岡 公)을 비롯하여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부부, 각국 영사, 총독부 고위관료, 사단장 이하 군인, 은행가, 실업가 등이 대례복 또는 정장 차림으로 3,500여명이 모여 신전에 납폐와 공물을 올리며 진좌제를 열었다. ▲ 1925년 10월에 진좌제(鎭坐祭)가 거행되었던 조선..

[책에서 길을 찾다]7-눌리다 말리다 닦다

오늘 되새겨 볼 글도 지난 글에 이어서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있는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에 있는 것입니다. 월에서 제 눈에 띄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본 것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조국을 살리는 길은 무엇보다도 민족의식으로 독립 정신을 신장시킴이 급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눌리는 것보다도 문화적으로 말리우는 것이 더 무서움을, 가까이 청족 곧 만주족이 한족에게 되눌린 꼴을 보아도 잘 아는 바이다. 먼저 말을 찾자. 말은 민족의 단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말의 단위가 곧 민족의 단위라고도 볼 수 있으니 조선 말이 곧 조선 겨레라 하여도 지나친 바 아니다. 그 때에 서울에는 조선어 연구회(조선어 학회의 첫 이름)가 있었다. 스승은 그 회의 여러..

[토박이말 살리기]1-93 맞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맞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즉시 치르는 물건값'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정말 돈이 많은지 승용차도 맞돈으로 구입했다. 상인은 맞돈으로 살 생각이 없으면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직접 치르는 돈'이라고 풀이를 하고 다음과 같은 보기를 들었습니다. 맞돈이 아니면 거래하려 하지도 마세요. 이 물건은 외상이 아니라 맞돈을 주고 산 거다. 두 가지 풀이를 보고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맞돈: 몬(물건)을 사고팔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치르는 돈 이 말과 비슷한 말이 우리가 자주 쓰는 '현찰', '현금'이라는 것을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살갗 엉기다 대롱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75쪽부터 7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75쪽 첫째 줄에 ‘그 둘레에서 열을 빼앗아 간다.’가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둘레’는 다른 책이나 요즘 배움책에서 ‘주변’으로 쓰는 것입니다. 앞으로 ‘주변’을 써야 할 때 ‘둘레’를 떠올려 쓰면 될 것입니다. 그 뒤에 있는 ‘빼앗아 간다’에서 ‘빼앗다’는 말도 다른 책에서나 글에서 ‘수탈하다’, ‘탈취하다’는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하는데 ‘빼앗다’는 말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훨씬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있는 ‘살갗’은 앞서 나온 적이 있지만 오래 되어서 못 본 분들도 계시지 싶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쓰는 ‘피부(皮膚)’를 가리키는 토박이말..

[토박이말 찾기 놀이]1-18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누리집을 다녀 가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솜씨 뽐내기에 지음몬(작품)을 낸 배움이가 세 즈믄 사람(3000명)에서 몇 사람 빠질 만큼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 겨루기, 다녀갑니다에 글을 남겨 주신 분들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있고 제 때 챙기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욱 마음을 쓰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지난 엿날에는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세 이레 만에 간 시골은 참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붉은 빛깔로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은 말할 것도 없고 잎도 하나 남김 없이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싸늘한 바닥은 얼음 위를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