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배우자 2073

신 고사성어 - 교자채신(敎子采薪)

교자채신. 이 생소한 성어와 마주쳤다. 글자를 풀면 이렇다. ‘아들에게 나무하는 법을 가르치다.’ 구미가 당겼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나무를 해 오라고 시킨다. → 아들은 나무를 해 온다. → 아버지는 아들이 해 온 나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자신의 나무하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친다. → 아들은 아버지의 나무하는 법을 따른다. 내 생각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턱대고 나무를 해 오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일단 묻는다. “집에서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해 오겠느냐, 아니면 백 리 떨어진 곳에서 해 오겠느냐?” 말할 것도 없이 집 가까운 곳에서 나무를 해 오겠다는 아들. 이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듯이–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가까운 곳에서는 언제든지..

‘네버 코비드’는 ‘코로나 비감염’으로

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원장 장소원, 이하 국어원)은 ‘네버 코비드’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비감염’을 선정했다. ‘네버 코비드’는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상태 또는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하나로 국어원과 함께 외국어 새말 대체어 제공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어원은 지난 8월 3일(수)에 열린 새말모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을 바탕으로 의미의 적절성과 활용성 등을 다각으로 검토해 ‘네버 코비드’의 대체어로 ‘코로나 비감염’을 선정했다. * 새말모임: 어려운 외래 용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듬은 말을 제공하기 위해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

한글 명조체의 대표 서체 개발, 최정순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최정호, 최정순 선생의 원도 설계 작업과 삶을 되짚어보는 전시 '원도, 두 글씨장이 이야기'를 11월 17일까지 국립한글박물관 별관에서 진행한다. ※ 참고 자료 서체 개발 산증인 최정순 선생, ≪프린팅코리아≫, 2006년 3월 호. 글자 역사의 한 페이지, 최정순, , 2010년 10월 호. ※ 사진 자료 한글박물관 다이닛폰인쇄 회사 소개서 , 문화체육관광부, 2002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대통령 집무실 입구에서 아침마다

단언컨대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신종 외국어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언론과 누리소통망 등의 공론장에 이 용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표방하며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현안에 관련해 간단한 문답을 나누면서부터다. 그래서 ‘도어스테핑’이라는 용어는 곧 ‘취재원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간단히 주고받는 문답/회견’을 일컫는 말처럼 알려졌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확한 뜻일까? 이 말을 사용하는 기자들이 이런 의문을 품고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다고 한다. 과연 지금의 취재 형식을 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말로 순화한다면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이번 새말모임 회의에서는 이..

신 고사성어 - 식자우환, 얼마나 알면 다치는 걸까

‘알면 다친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식자우환과 통하는 말이다. 유식有識할 때 그 ‘식’이다. 무식할 때의 ‘식’이기도 한 것이다. 식자識者를 현대어로 풀자면, ‘학문 좀 한 자’ 정도 될 것이다. 여기에서 ‘좀’은 ‘조금’이라는 부사의 준말이 아니다. 곧이곧대로 단어의 뜻만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맥락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다. 공부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한다 하더라도 ‘많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운다는 것은 얼마나 방대하고 또 막막한가. 그것을 느껴 보지 못한 자만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식자일수록 ‘조금’밖에 못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식자우환’의 출전은 《삼국지》다. 서서徐庶의 어머니 위부인魏夫人이 조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