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훈민정음이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의 공동작품이라고 알고 있지요. 하지만 훈민정음은 세종의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에 직접 가담하지 못한 이유는 우선 부제학 최만리 같은 집현전 학자 대부분이 새로운 글자의 창제를 반대했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창제를 도왔다고 생각하는 정인지, 신숙주가 훈민정음을 창제한 1443년 당시에는 갓 과거에 급제한 젊은 사람들로서 글자를 만들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만일 창제 사실을 공개하면 이를 반대하는 대다수 사대부와 명나라가 직간접으로 엄청나게 헤살을 놓고 방해했을 것이기 때문에 세종으로서는 비밀 프로젝트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세종은 왕자, 공주들만의 도움으로 창제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의공주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은 훈민정음 표절설입니다. 일부에서는 훈민정음이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기원전 2181년에 단군3세 가륵 임금이 정음 38자를 만들어 가림토(加臨土) 글자라고 명명하여 발표한 것을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을 시켜 다듬어 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림토 글자는 글씨가 쓰인 기와(명문기와)가 출토되지 않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글자입니다.
또 어떤 이는 세종 당시의 중 신미대사가 만들었다거나 일본의 신대문자를 모방했다는 설까지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렇지만 신미대사설은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으며, 신대문자는 이미 가짜임이 밝혀진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문자학, 음운학, 음성학에 통달한 세종이 당시에 있었던 여러 글자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독창적인 글자를 만들었음을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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