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47

우리말은 서럽다 - 김수업

오늘날 우리의 말글살이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쓰는 말 중에 한자말, 일본말, 미국말이 상당히 많이 섞여 있다고 얘기하며, 이는 우리말을 업신여기며 살아온 세월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이야기한다. 말이라는 것은 그 말을 쓰는 민족의 인생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릇과도 같은데, 다른 나라의 말을 함부로 섞어 쓰면 그 겨레의 본질과 혼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을 잘 살펴보면 오히려 영어와 한자가 우리말보다 더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수 한글 토박이말은 낮고 하찮은 말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우리 한글은 현재 아주 처량한 신세에 놓여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실태를 매우 안타깝게 여기며 이 책을 집필하였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

안젤리크 - 기욤 뮈소

『안젤리크』는 기욤 뮈소가 작가에 주목했던 소설에서 반전과 서스펜스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이야기꾼으로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언제나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세상이 공정한 대우를 해주지 않아 늘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간호사 안젤리크 샤르베, 지하철에서 불량배가 휘두르는 칼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여성 승객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추격 과정에서 총을 발사해 범인이 반신불수가 되는 바람에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고 감찰까지 받게 된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 타유페르, 태어나자마자 생모에게 버림받고 새엄마를 유일한 엄마로 알고 자라지만 그 엄마마저도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게 되자 직접 진실 규명을 위해 뛰어든 의대생 루이즈 콜랑주,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러운 파리 오페..

베니스의 개성상인(2권) - 오세영

역사의 행간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팩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오세영의 역사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16세기에 유럽에 실재했던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다. 조선인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코레아가 16세기 유럽을 무대로 ‘진정한 상도’를 실천하며 무궁한 활약을 펼치는 내용인데, 사실과 허구의 결합,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이 교차하면서 스토리를 이끄는 형식으로 역사소설 중에서 팩션(Faction)에 해당한다. 기차는 철로 위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듯이 팩션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시간이라는 날줄과 공간이라는 씨줄의 제한 안에서만 빛날 수 있다. 역사에 살을 붙이는 전통의 역사소설이나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시대소설과는 달리 팩션은 상상력에 수시로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 김정선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대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적’, ‘-의’, ‘것’,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있다’가 들어가서 어색해지는 문장 유형도 함께 정리한다. 이를테면 ‘-함에 있어’ 같은 표현을 설명할 때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는데, 이런 대목을 읽으면 우리말을 오래도록 다듬어 온 현장 실무자의 철학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한국어 이용자가 수억 명 정도 된다면 모를까 기껏해야 1억 명도 안 되는 현실에서 언어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가는 자칫 고립을 자초할 수도 있다.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라도 더 다채로운 한국어 표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

독도 KOREA, 안동립의 독도 이야기 2005~2022

안동립은 지도 제작자이며 독도 연구가로 17년간(2005~2022년) 90일 정도 독도에 체류하며 독도 지형과 식생을 조사한 자료를 꼼꼼히 분류하고 집대성하여 독도지도와 식생지도를 발표했다. 독도 서도의 봉우리 이름을 대한봉이라 지어 정부로부터 인증되어 공식 지명이 되었다. 구전돼 오던 독도의 지명을 학술적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이 책을 발간하면서 개인의 영역에 놓여 있던 독도 연구가 독자와 역사의 몫이 되리라고 생각했으며, 일본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하는 것이 허구임을 분명히 증명하는 사진과 자료, 요약된 논문을 수록하였다. 이 책을 통하여 독도의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리 땅 독도의 영토 주권을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 즉 대나무..

테라피스트 - B.A. 패리스

앨리스와 레오는 런던에 있는 ‘더 서클’이라는 이름의 주택 단지에 막 이사 온 참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 친구를 만들고 싶은 앨리스는 레오의 탐탁지 않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집들이 파티를 열고 이웃들을 초대한다. 파티 날, 손님들이 대부분 도착하고 난 후 한 남자가 방문하는데 앨리스는 그를 이웃에 사는 톰으로 착각하고 집 안 곳곳을 구경시켜준다. 앨리스와만 얘기를 나누고 조용히 사라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가 곧 누구도 초대하지 않은 불청객이며 그를 아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앨리스는 연인 레오의 수상한 행동, 이웃인 탐신의 묘한 적대감뿐만 아니라 집에 자꾸 누군가 들어오는 것 같은 기척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한다. 한편 새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낯..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 309동 1201호

어찌보면 가장 깨끗하고 정직해야 할 교육계에서 헐값으로 인력을 부려먹고 그렇게 자란 인재가 다시 그곳으로 들어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조직에 순응함으로써 미래를 망쳐버리는 현실에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연구와 논문 작성 등 더 나은 교육 환경에 힘써야 하는 고급 인력이 최저시급도 안 되는 월급(?)에 4대 보험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우아하고 고상한 곳이라 생각하며 선망의 눈초리로 보아왔던 지난날이 다 허상임을 안 순간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가지게 한다. 어느 조직이나 자신만의 시스템이 있고 그 환경 속에서 지속성을 가지고 나아가는 게 일반적이라 하지만 교육계만은 미래를 위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를 가지고 있음에 다른 조직과는 다른 깨우침이 더 일찍 와야 하..

일본 무궁화 가라 한국 진달래 오라 - 강효백

이런 류의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좌절감은 한두번이 아님에도 매번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기가 어렵다. 정말 일제강점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이루어졌을까 궁금해진다. 조선의 정체성 말살을 위한 정책, 문화재 강탈, 창씨개명, 언어 탄압, 우리의 꽃을 비롯해 강산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식물들을 일본화하고, 거기에 기생해 일신상의 영달을 위해 친일을 한 부류들, 강제 징용 등등. 이제는 하다하다 나라의 꽃과 국가에도 친일과 세뇌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세계 역사에서 식민지를 이렇게나 철저하게 무너뜨린 예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며 할수록 어렵고 고생만하는 힘든 일들을 음지에서 묵묵히 꾸준하게 진실을 파헤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말..

종이달 - 가쿠타 미쓰요

소설은 1억 엔이란 거액을 횡령한 우메자와 리카를 중심으로, 그녀의 동창 오카자키 유코, 첫사랑 남자 야마다 가즈키, 사회 친구 주조 아키가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한때는 언제였을까. 소설 속에서의 그들은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을 너무 아끼다 오히려 강박관념을 안고 사는 오카자키 유코도, 어린 시절 부유했던 기억 때문에 늘 현재의 처지를 비관하면 돈타령만 하는 아내를 둔 야마다 가즈키도, 마구잡이로 긁어댄 카드빚 때문에 남편에게 이혼당한 주조 아키도 '돈'에 끌려 다니며 행복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돈을 펑펑 쓰는 순간은 행복했을까, 돈을 목숨처럼 아끼는 순간은 행복했을까. - 353쪽 - 드라마 원작이 있다고 해서 도서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