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54

불편한 편의점 2 - 김호연

1편에서는 서울역 노숙자로 살았던 독고가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반면에, 2편에서는 스스로를 홍금보라 부르는 황근배가 소설 전반에 등장한다. 황근배는 1편에 나온 인경이 쓴 작품 속 주인공인 독고를 이해하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으며,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편의점 사장이었던 염 여사와의 인연으로 편의점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선숙 점장, 취업에 계속 낙방하다 블랙 기업에 당할 뻔했던 취준생 소진, 코로나 거리두기로 장사가 안 돼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매일 혼술을 하는 정육식당 사장, 집에서 무시당해 갈 곳이 없어 투 플러스 원을 핑계로 편의점에서 시간을 때우는 고등학생 민규, 자신이 맡은 배역을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는 황근배, 한 때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가..

브레이크 다운 - B.A.패리스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밤. 위험하다는 남편의 경고를 무시하고 숲속으로 난 지름길로 차를 몰던 캐시는 멈춰 서 있는 차 안의 여자와 마주친다. 이상한 징후를 느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대로 지나쳐 가고, 집에 도착한 다음에는 신고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숲길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캐시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 말 없는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오기 시작한다. 누군가 계속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숨 막히는 공포감과 자신 때문에 그 여자가 죽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정신은 피폐해져 간다. 점차 자신의 판단과 기억조차 믿을 수 없어진다. 의지했던 남편과 친구마저 지쳐가고, 결국은 스스로를 의심하는 상태에 이른 캐시는 어느 날 삶을 뒤흔들어놓는..

7일간의 유혹 - 시드니 셀던

전 세계에서 3억 부 이상 발행된 시드니 셀던의 최대 출세작이다. 토비 템플은 슈퍼스타이면서 슈퍼 이단아다. 팬들로부터 흠모의 대상이면서도 의혹의 대상이 된다. 질 캐슬은 스타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로 왔다. 몸을 팔아 그녀의 길을 열어가야만 했다. 이 특이한 남자와 이 병적인 여자는 냉혹하리만큼 아주 강렬한 사랑에 몸부림친다. 그리고 그런 사랑의 여정이 모든 사람의 혼을 빼앗는다. 이 소설은 수많은 텔레비전과 영화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슈퍼스타이며 천재적 재능을 지닌 토비 템플의 이야기다. 토비는 그렇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자신에 대한 회의와 인간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진실한 인간관계를 갖는 데 실패한다. 또한 이 소설은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할리우드에서 자신의 육체를 미끼로 스타가 될 수밖..

단어의 사연들 - 백우진

“왜 한국어에만 ‘억울하다’가 있을까?” 어떤 사회에 있는데 다른 사회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목욕탕에서 미는 ‘때’에 해당하는 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다. 영어로 때를 표현하려면 ‘dirt and dead skin cell’이라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권 사회 사람들의 몸에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를 미는 문화가 없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사람들을 억울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다른 문화권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걸까?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세계를 사유하는 수단이 된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세계를 보는 시선이 넓다는 뜻이며, 단어를 명징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사물을 예리하게 분별한다는 뜻이다..

이태원클라쓰(8권) - 광진 글그림

『이태원 클라쓰』의 가장 중요한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박새로이의 시원한 언행과 소신이다. 현실에서 대다수가 그렇듯이, 새로이와 그의 아버지는 약자였으며, 갑에게 무릎 꿇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을이다. 그러나 새로이에게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신뢰와 정직, 사람으로서의 도리이다. 박새로이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지만, 현실에서 지켜지지 않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현실에서 느낀 갈증을 채워 주었다. 그러나 독자들이 대리 만족을 느낄 때쯤, 새로이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고통을 겪게 된다. 감히 거대 기업 ‘장가’의 아들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그의 인생은 혹독하게 짓밟힌다. 암담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태원 클라쓰』의 묘미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박새로이의 뚝심과 반전에서 시작한다..

비하인드 도어 - B.A. 패리스

모두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부부 잭과 그레이스. 남편 잭은 승률 100%를 자랑하는 유명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로, 영화배우와 같은 외모까지 갖춘 근사한 남자다. 그레이스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동생까지 사랑해주는 잭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꿈꾼다. 그러나 완벽한 저녁 식사 파티가 끝나고 현관문이 닫히면, 저택은 누구도 탈출할 수 없을 단단한 금속 셔터로 차단된다. 공포와 비명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그의 목표는 그레이스의 동생 밀리. 그녀는 괴물 같은 그의 손길이 사랑하는 동생 밀리에게 닿기 전에 이 악몽을 끝내려 한다. 닫힌 문 뒤에서,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처절한 심리 싸움이 시작된다. 끔찍한 폭력의 피해자 그레이스에게는 눈에 띄는 신체적 상처가 없다. 그래서 누구도 이들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다. 남편에게..

카미노 아일랜드 - 존 그리샴

프린스턴 대학교 파이어스톤 도서관의 철통 보안 아래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세계적인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필 원고가 도난당하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다. 원고를 인질 삼아 큰돈을 벌려던 절도범들의 발칙한 계획은 무리 중 일부가 검거됨으로써 무산되었고, 잡히지 않은 나머지 범인과 원고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한편, 플로리다의 카미노 아일랜드에서 잘나가는 독립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브루스 케이블은 책 파는 수완은 물론이고 희귀 도서 거래에도 일가견이 있다. 항간에 사라진 원고들이 암거래로 브루스의 손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원고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그 뒤를 쫓는데, 그중에는 어디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미스터리한 회사도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브루스가..

망그러진 만화- 유랑

‘이모티콘 캐릭터 장인’ 유랑 작가의 웹툰 ‘망그러진 만화’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카카오 이모티콘 인기 캐릭터인 ‘망그러진 곰’과 ‘망그러진 햄터’의 공감 백 퍼센트 귀염뽀짝 일상을 그린 ‘망그러진 만화’는 SNS에 연재되며 10만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책에는 미공개 장편 작품을 포함해 엄선된 에피소드 총 84편이 수록됐다. “삐뚤빼뚤 망그러졌지만, 이대로도 좋아!” 삐뚤빼뚤한 선 때문에 다른 곰들에게 ‘망그러진 것 같다’며 놀림받지만, 우울한 기분은 좋은 친구와 맛있는 음식, 귀여운 고양이로 훌훌 털어 버릴 줄 아는 멋진 곰! 일상을 자연스럽고 즐겁게 보낼 줄 아는 ‘망그러진 곰’과 친구들은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의 행복해지는 법을 알려 준다. 몸은 크지만 여린 마음을 가진 ‘망그러진 ..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를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등장인물 옥희 “당신이 진흙탕에서 빠져나갈 수단, 내가 바로 그 수단이 되고 싶어요.”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열 살에 기방에 팔렸다. 기생이 되기에는 좀 애매한 관상이라는 기방 주인의 첫인상과는 달리 관찰력이 좋고, 총명하고, 지적이며, 성실하다. 정식 기생이 되고부터는 구애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옥희의 사랑이 ..

하얼빈 - 김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총으로 쏴 죽인 안중근 의사에 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안중근이 우덕순과 함께 이토가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을 접한 후 10월 26일까지의 일정을 축약하여 보여준다. 안중근의 일대기가 아닌 거사 전 며칠과 이후 재판과정과 감옥 생활만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일정상 기간이 촉박한 점은 이해되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아는 이 엄청난 거사를 위해 준비한 과정을 보면 너무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토가 온다는 소식에 그를 죽여야 한다는 - 비록 그 전부터 생각해 오기는 했다지만 - 생각을 바로 며칠 만에 실행한 점, 단 한 번의 사전 현장조사만이 진행된 점, 과연 그 두 사람만의 신념으로 거사를 일으킬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