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117

(얼레빗 제4721호)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 깎아

“옥황상제가 금강산의 경치를 돌아보고 구룡연 기슭에 이르렀을 때, 구룡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보고는 관(冠)을 벗어 놓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때 금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나타나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물에서 목욕하는 것은 큰 죄다.’라고 말하고 옥황상제의 관을 가지고 사라졌다. 관을 빼앗긴 옥황상제는 세존봉 중턱에 맨머리로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 이는 금강산에 전해지는 설화입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정선의 , 비단에 색, 34.3×39.0cm 얼마나 금강산이 절경이었으면 옥황상제마저 홀릴 정도였을까요? 그런데 그 금강산을 그림으로 가장 잘 그린 이는 겸재 정선이었습니다. 겸재의 그림 가운데는 금강산을 멀리서 한 폭에 다 넣고 그린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가 있으며, 금강산으로 가는 고개 단발령에..

공재 윤두서, 형형한 눈빛 뒤에 어린 따뜻한 마음

‘화가 났나?’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해.’ ‘아냐, 슬픈 표정인데?’ 종이에 꽉 차게 그려진 어떤 사람이 우리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요. 살짝 올라간 눈매에 한 올 한 올 생생하게 묘사된 풍성한 수염, 다소 불그레한 살집 있는 얼굴이 씩씩한 장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강렬한 눈매를 가진 그림 속의 인물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듭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선 후기의 유명한 선비화가 윤두서입니다. (p.8) 정면을 응시하는 부릅뜬 눈. 한 번 보면 쉬이 잊기 어려운 그 얼굴. 바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미술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법한 이 그림은, 해남윤씨 종가를 대표하는 종손이자 선비 화가였던 공재 윤두서가 18세기 초 그린 것이..

(얼레빗 4712호) ‘결혼’ 대신 ‘혼인’이란 말 쓰면 좋은 까닭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는 엉뚱한 말에 밀려 본래의 우리말이 잊혀 가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바로 “혼인(婚姻)”도 그 하나로 지금은 모두가 “결혼(結婚)”이란 말을 쓰고 있지요. 먼저 혼인이란 말을 살펴보면 혼(婚)은 혼인할 "혼"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친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姻)은 "사위의 집"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 혼인이란 말은 아내와 사위 곧 “남녀가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結婚)”이란 말은 인(姻)이 없으므로 남자가 장가간다는 뜻만 있고 여자가 시집가는 것에 대한 뜻은 없습니다. 따라서 “혼인”에 견주면 “결혼”은 남녀를 차별하는 말이라 할 수 있지요. “혼인”이란 말뿐이 아니라 우리 겨레는 혼인하는 시각도 양을 대표하는 해와 음을 대표하는 ..

[화보]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 뒤에서만 볼 수 있는 반가사유상의 의자. 8엽의 연꽃이 활짝 피어나 엎어진 모습이다. 보살의 허리에는 허리띠를 둘러 하의를 고정하였다. 위 사진들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 전시중인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하 반가사유상)이다. 국보 제83호는 국보 제78호와 매우 흡사한 반가사유상으로 연꽃의자에 앉아 오른손을 오른발 무릎 위에 괴고, 괸손은 오른쪽 볼에 지긋이 댄채 가늘게 눈을 뜨고 입가에는 그윽한 미소를 머금은 채 명상에 잠겨있다. 이러한 모습은 두 반가사유상이 비슷하지만 국보 제83호는 보살의 몸에 걸친 옷이 완전히 몸에 밀착되어 옷을 입지 앉은 모습처럼 보이고, 머리에 쓴 삼산관(三山冠) 보관 형태 등이 국보 제78호 보다 훨씬 간략화되어 있어 확연히 다르다. 윗몸에 걸친 옷은..

국보 제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 국보 제78호(왼쪽)와 국보 제83호(오른쪽)가 함께 전시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실 ▲ 전시실 전경 한국의 국보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하 반가사유상)은 2기가 있다. 2기의 반가사유상 중 먼저 국보 제78호가 된 것이 오늘 소개하는 반가사유상이고 뒤이어 국보 제83호가 된 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세상에는 국보 제83호가 더 많이 알려져있다. 이 2기의 반가사유상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실에서 함께 볼 수 있다. 반가사유상은 중국이나 일본에도 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불상만큼 조형감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것이 정론이다. 이러한 반사사유상의 조성시기는 주로 6∼7세기로 보고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의자에 걸터앉아 오른쪽 다리를 왼쪽무릎 위에 걸치고, 왼손으로 오른쪽 발목을 감싸고 있으며,..

호랑이나라로 불리던 한국! 호랑이와 함께한 한국인의 삶

▲ 절의 산신각 산신령과 함께한 호랑이 ▲ 호랑이 가족 병풍 ▲ 병풍의 일부 ▲ 병풍의 일부 ▲ 호랑이와 까치 ▲ 호랑이와 까치 ▲ 호랑이와 까치 ▲ 호랑이가족과 까치가족 ▲ 호랑이와 맨손으로 싸우는 장사. ▲ 호랑이 타고가는 산신령 ▲ 산신각내 호랑이와 산신령 ▲ 호랑이와 산신령 ▲ 호랑이와 산신령, 산신령이 조선시대 관모를 쓰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 호랑이와 표범 조각상 ▲ 베갯잇의 호랑이 ▲ 배갯잇 호랑이 ▲ 바둑판 몸체 호랑이와 용 ▲ 호랑이를 탄 사람 ▲ 올림픽의 상징물 호돌이와 숫호랑이 ▲ 12지신상의 호랑이 ▲ 동화속에 나타난 호랑이 ▲ 동화속에 호랑이 임인년(壬寅年) 검은호랑이 해를 맞이하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한국인의 삶속에 함께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호랑이들을 ..

북한땅에 남아있는 유물, 책으로 만나기

북한은 미지의 세계다. 북한을 가본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북한을 잘 모른다. 북한 전반에 대해서도 그러할진대 북한 유물에 대해서는 더더욱 접할 기회가 없다. 그저 옛날 고구려 땅이었으니 고분에 그려진 벽화가 있겠고, 개성이나 평양에도 유물이 좀 있겠거니…하고 짐작하는 정도다. 북한 유물이 궁금하면서도 알아갈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이 책, 《미리 가본 북한유물박물관》이 반가울 법하다. ‘세계 유명 박물관 여행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나온 이 북한 유물 입문서는 기본적으로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지만, 성인 독자도 책장을 넘겨보며 북한에 있는 유물을 빠르게 파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미리 가본 북한유물박물관》, 전호태ㆍ유경희, 한림출판사 우리나라의 ..

“조선 사람들의 꿈, 평생도” 디지털 복원 콘텐츠 공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8폭 병풍을 디지털로 복원한 “조선 사람들의 꿈, 평생도”를 누리집에서 공개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인생의 8가지 장면을 보여주는 를 소재로 한 디지털 콘텐츠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하는 웹페이지는 디지털 복원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품 정보와 디지털 복원 전후를 견줄 수 있는 자료, 그리고 의 심화 학술 정보를 포함한다. 는 조선시대 사람이 태어나 한평생을 보내면서 소원했던 가장 경사스러운 순간을 그린 것이다. 8폭의 그림은 돌잔치부터 혼인하여 과거에 급제한 후, 관직생활에서 승승장구하여 정1품 최고 품계인 정승에 올라 회혼식까지 치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배필을 만나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명예..

(얼레빗 4696호) 액막이와 기쁜 일을 뜻하는 그림 <까치호랑이>

2022년 임인년은 호랑이해입니다. 원래 동아시아에서 호랑이는 영물이자 군자의 상징이었고,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이었기에 19세기 조선에서는 까치와 호랑이 그림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까치호랑이 그림은 귀신을 물리치고 복을 부른다는 뜻이 담겨 집집이 이 그림을 붙이려고 했지요. 그래서 까치호랑이 그림은 민화 가운데 가장 많이 그렸고, 그래서 민화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인식됩니다. ▲ ,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특히 ‘까치호랑이’ 그림은 ‘액막이와 기쁜 일’의 뜻하기에 정초에 액운을 막고 좋은 일만 생기라는 의미를 담아 집안에 붙여두는 ‘세화(歲畵)’ 곧 ‘새해맞이 그림’입니다. 그림에 덕담이 담겨 있어 연하장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되지요. 이 세화는 처음에는 궁궐이나 사대부 ..

(얼레빗 4692호) 신선을 본떠 만든 ‘청자 선인모양주전자’

청자의 원조라 말하는 송나라 때에 "고려청자의 비색 천하제일."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 고려청자 가운데 ‘청자 칠보투각향로(국보 제95호)’, ‘청자 상감 구름학무늬 매병(국보 68호)‘, ‘청자 상감 모란무늬표형병(국보 제116호) 등이 유명합니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려 사람들이 신선을 본떠 만든 청자 주전자도 우리의 눈에 띕니다. 바로 ’청자 선인(仙人)모양주전자(국보 제167호)‘가 그것이지요. ▲ ’청자 선인(仙人)모양주전자(국보 제167호), 국립중앙박물관 1971년, 대구 교외의 한 과수원에서 땅을 파다가 높이 28cm, 바닥지름 19.7cm의 이 청자 주전자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청자 유물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국보로 지정되었을까요? 고려청자는 상당히 많이 남아있지만,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