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책을 읽자 419

눈물점 - 미야베 미유키

미시마야 괴담 시리즈의 여섯번째 이야기이다. 눈물점은 눈물점의 모습을 하고 일가를 덮친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앙을, 시어머니의 무덤은 꽃피는 봄에는 절대 올라가서는 안 되는 언덕에 대해, 동행이인은 길 위를 달리는 파발꾼을 뒤따라오는 괴이한 정체를,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려 대저택에 갇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맞이하는 장대한 운명 이야기로, 총 4편의 괴담이 이어진다. 작가 소개에 화차라는 작품이 있기에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화차와 비슷한 종류의 소설이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전혀 다른 류의 내용이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데 읽어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시대 배경, 문화와 풍습 때문에 진도를 내기가 힘들었지만,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얘기 함으로써 마음의..

차별의 언어 - 장한업

‘우리나라’ ‘조선족’ ‘다문화가정’ ‘쌀국수’ ‘국민여동생’ 등은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단어들이다. 국내 만연한 차별의 시선을 고치고자 노력해 온 장한업 교수는 『차별의 언어』에서 ‘왜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사용할까?’ ‘왜 이탈리아 국수는 ‘스파게티’라고 부르면서 베트남 국수는 ‘쌀국수’라고 부를까?’ ‘왜 ‘다문화’와 ‘타문화’를 동의어처럼 사용할까?’라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 단어들 속에 담겨 있는 단일민족의 허상과 그에 따른 차별 의식을 다루고 있다. 그는 ‘우리’라는 말이 그에 해당하는 집단을 울타리처럼 보호하면서도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을 배척하는 단어라고 밝히고, ‘국민000’ ‘000여왕’이라는 호칭의 과도한 사용에서는 집단주의와 국군주의의 냄새를 읽는다. 또..

인생은 소설이다 - 기욤 뮈소

줄거리 플로라 콘웨이는 현재 세 권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지만 데뷔작을 필두로 나머지 두 작품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한편 최고 권위의 프란츠 카프카 상을 수상해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다. 플로라 콘웨이의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없다. 데뷔 이래 줄곧 언론 노출을 꺼려왔고, 대학교나 서점 등에서 자주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다. 책표지에 사용하고 있는 젊은 시절 사진 한 장만이 유일하게 플로라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다. 20여 개국에 소설 판권이 팔려나갔을 만큼 플로라의 인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플로라의 소설을 전담 출판해온 팡틴 드 빌라트가 주도한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고, 매번 문학상 후보에 오를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뷰 요청을 매번..

동급생 - 히가시노 게이고

[ 줄거리 ] “옆 반 미야마에 유키코가 죽었대!” 5월의 어느 날, 니시하라는 사귀던 여학생이 교통사고로 죽는 갑작스런 일이 터지자 혼란스러운 슬픔에 빠진다. 그 와중에 유키코에 대한 나쁜 소문이 전교에 퍼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연예인 못지않게 귀여웠던 유키코는 많은 선배와 동기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교제 신청을 늘 거절했기에 아무도 그녀가 야구부 주장 니시하라와 사귀는 걸 몰랐다. 오직 그녀의 단짝 친구 가오루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었는데……. 유키코의 나쁜 소문을 들은 니시하라는 소문을 뒤쫓다가, 그녀가 단순한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님을 알게 된다. 니시하라는 수업 중에 자신이 유키코의 애인이었다고 밝히고, 유키코가 죽을 때 옆에 있었던 여선생 미사키에게 사건을 진상을 말해..

바이러스 X - 김진명

의과학자들은 출현과 동시에 전 인류를 멸망시킬 최악의 바이러스를 X라 명명했는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치사율이 무려 59%에 이르는 조류독감이 2003년 동남아에서 발생해 잠복 중인 사실을 예로 들며 바이러스 X의 출현이 임박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전 세계가 달려들고 있지만 겨우 코비드19 백신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사실을 들춰내며 바이러스와 죽느냐, 사느냐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인류가 체내에서만 바이러스와 싸우려 하는 어리석음을 통렬히 비판하며 신기원적 대안을 제시한다. 왜 인간은 바이러스와 반드시 체내에서만 싸워야 하는가. 나는 이런 화두를 던지고 싶은 것이다. 바이러스는 몸 안에서는 처치 난망의 괴물이지만 몸 밖에서는 비눗물에도 죽고 가만 버려두어도 죽기 때문에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

월광게임, Y의 비극 '88 - 아리스가와 아리스

여름 합숙을 위해 야부키 산 캠프장을 찾은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일동. 에가미 부장을 비롯한 화자 아리스가와 아리스 일행은 우연히 세 그룹의 학생과 같은 캠프장에서 머물게 된다. 낭만적인 청춘의 밤은 깊어가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부키 산의 갑작스런 분화로 캠프장은 삽시간에 고립된 섬으로 변하고, 세 그룹의 학생들은 산에 갇히고 만다.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마치 달의 요기에 이끌리듯 차례로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학생들. 연쇄 살인에 휘말린 그들은 필사적으로 하산을 감행하는데……. - yes24에서 -

고백 - 미나토 가나에

출판사 리뷰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여성 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학생들 앞에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불의의 익사 사고로만 알고 있던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공표된, 차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 ‘고백’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나직하고도 담담한 어조로 시작된 이야기는 점차 잔인한 진실로 이어지고, 이윽고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치닫는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술렁대는 학생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잇는 유코.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죽음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 유홍준

출판사 리뷰 한국의 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다 지난 6월 말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우리나라의 13번째 세계유산이 되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의 7개 사찰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비단 그 7곳의 사찰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 산이라면 어디에나 산사가 있다고 봐야 하고, 산의 수보다 훨씬 많은 ..

붉은 손가락 - 히가시노 게이고

책소개 『붉은 손가락』은 [가가 형사 시리즈] 7번째 권이자, 작가 단행본 통산 정확히 60권째가 되는 기념비적 작품이다. 2006년 나오키상 수상으로 명실공히 추리소설계의 제일인자로 우뚝 선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후 처음 발표한 장편이기도 한 『붉은 손가락』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현대 사회의 폐부를 날카롭게 꿰뚫는 시선 속에서도 따뜻한 휴머니즘을 잃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장르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하나의 문학 작품을 선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갖는 매력은 추리소설로서의 섬세한 플롯과 반전의 쾌감이 주는 감동이 완벽하다는 점이다. 여타의 추리소설들이 사건의 범인을 결말에서 알려주는 것과 달리, 『붉은 손가락』에서는 이미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과감한 구성으로 작품의 흡인력과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