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105

어느 노인의 편지

사랑하는 나의 아들딸들 그리고 나를 돌보아주는 친절한 친구들이시여 나를 마다 않고 살펴주는 정성 나는 늘 고맙게 생각해요 허지만 그대들이 나를 자꾸만 치매노인 취급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교육시켜려 할 적마다 마음 한구석에선 꼭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조금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없어진 것뿐인데…… 하고 속으로 중얼거려본다오 제발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나를 갓난아기 취급하는 언행은 좀 안 했으면 합니다 아직은 귀가 밝아 다 듣고 있는데 공적으로 망신을 줄 적엔 정말 울고 싶답니다 그리고 물론 악의 없는 질문임을 나도 알지만 생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 없는지 은근슬쩍 떠보는 듯한 그런 질문은 삼가주면 좋겠구려 어려운 시험을 당하는 것 같아 내 맘이 편칠 않으니…… 어차피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