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 그저 가만히 당신을 생각만 하는데도 내 조그만 심장이 쿵쾅거려요 아무도 모르게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내 심장이 멎을까보아 걸음을 더 빨리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2 진작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진작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알게 해주시니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2.12
편지 쓰기 나는 악기를 다루듯이 편지를 씁니다 어떤 사람에겐 피아노나 풍금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에겐 첼로나 바이올린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또 어떤 사람에겐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언어로 이야기하죠 글에도 음악이 흘러 아름답습니다 받는 이들은 행복하답니다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2.11
고백 당신 때문인가요? 딱히 할 말은 없는데 마구 가슴이 뛰어요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자꾸만 마음이 바빠져요 가시밭길로 보이던 세상이 갑자기 꽃밭으로 보여요 제가 사랑에 빠진 것 맞지요?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2.08
마법의 성에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마벙의 성에 온 지 수십 년이 지났어요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는 사랑의 마법에 아주 단숨에 걸리지는 못해 삶이 조금은 고달팠어요 속으로 은근히 고민도 하였어요 참을성 있게 눈을 감고 기다리니 이제 조금은 변화가 옵니다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게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2.07
시는 1 시는 살아서 내가 만드는 풀피리 듣는 이 많지 않아도 피리를 부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2 시는 내 마음을 조금 더 착하게 해 주었다 내 키를 조금 더 크게 해주었다 내 삶의 옷에 단추를 달아주었다 3 썼다 지우고 지웠다 쓰고 오늘은 하루 종일 쓰다 만 시가 적힌 종잇조각을 손에서 놓지..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2.01
클래식 음악 음악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 악기도 연주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그냥 좋다 자주 눈물이 난다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이 고요하고 순결한 힘을 감동이라고만 하기엔 왠지 가벼운 표현 같고 기도라고만 하기엔 왠지 무거운 표현 같고 어쨌든 음악을 들으..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1.31
언니의 실수 살구꽃이 진 자리에 말이야 글쎄...... 갓 달리기 시작한 살구열매를 매실인 줄 알고 글쎄 언니는 있는 대로 열매를 많이 따다가 매실주를 담갔다지 뭐야 살구나무 열매와 매화나무 열매가 얼마나 다른지 눈이 있어도 보질 못했나? 잘 알지도 못하고 확인도 안 해보고 성급하게 따다가 술..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1.30
달력과 나 심심할 적마다 달력을 본지다 엄마가 쳐놓은 날짜 위의 동그라미들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며 나와 놀고 싶어합니다 누구누구 태어나신 날 돌아가신 날 이사 가는 날 여행 가는 날 잔치하는 날 모임하는 날 무슨무슨 행사들이 그리도 많은지 비어 있는 칸에 나는 씁니다 가만있어 좋은 날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1.29
가까운 행복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1.28
행복도 새로워 날마다 순간마다 숨을 쉬고 살면서도 숨 쉬는 고마움을 잊고 살았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 또한 당연히 마시는 공기처럼 늘 잊고 살았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 다시 숨을 쉬고 다시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 새롭게 사랑하니 행복 또한 새롭네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