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한 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 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들렸습니다 삶이 피곤하고 기댈 데가 없는 섬이라고 우리가 한 번씩 푸념할 적마다 쓸쓸함의 해초도 더 깊이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밀물이 들어오며 하는 말 감당 못 할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4.08
새를 위하여 기도 시간 내내 창밖으로 새소리가 들려 나도 새소리로 말했습니다 어찌 그리 한결같이 노래할 수 있니? 어찌 그리 가벼울 수 있니? 어찌 그리 먼 길을 갈 수 있니? 우울해지거든 새소리를 들으러 숲으로 가보세요 새소리를 들으면 설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기쁨을 숨어서..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4.05
파도 앞에서 바다에 나가 큰 소리로 빌었습니다 부디 출렁일 준비를 하십시오 겉으로 드러나는 고요함으로 평화를 측정하진 말라고 파도가 나에게 말해줍니다 멈추지 않아야 살 수 있다고 출렁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오늘도 파도 앞에서 큰 소리로 빌었습니다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4.04
산과 바다에서 산에 가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끝없는 수평선이 어머니의 사랑으로 나에게 올라오며 넓어져라 넓어져라 노래를 하고 바다에 가서 산을 올려다 보면 위엄있는 능선이 아버지의 사랑으로 나에게 내려오며 깊어져라 깊어져라 기침을 하고 날마다 내 안에 출렁이는 바다 끄떡없는 산 번갈아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4.03
장미 두 송이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 보고 가슴이 뛰었다 석류도 익어서 떨어졌는데 오래오래 지지 않는 분홍 장미 두 송이가 빙긋 웃고 있는 뜰 '질 때는 져야지 웬일이니?' 하다가 어느새 정이 들어 지지 않기를 바랐다 마침내 그들이 지는 날 '잘 가, 내년에 만나' 할 수 없이 작별을 하는데 나도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4.02
소나기 여럿이 오는데도 쓸쓸해 보입니다 큰 소리 내는데도 외로워 보입니다 위로해주고 싶어 창문을 열었더니 뚝! 그쳐버린 하얀 비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4.01
태풍 연가 태풍이 지나간 바다의 빛깔은 어찌 이리 푸르고 투명한지! 태풍이 지나간 숲의 모양은 어찌 이리 환하고 깨끗한지! 한바탕 싸움 끝에 울고 나서 활짝 개인 마음의 하늘 그대와 나의 사랑은 어찌 이리 순결한지요!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3.29
나무의 연가 당신을 보기만 해도 그냥 웃음이 나요 이유 없이 행복해요 웬만한 아픔 견딜 수 있고 어떠한 모욕도 참을 수 있어요 바람 많이 불어도 뿌리가 깊어 버틸 수 있는 내 마음 모두 당신 덕분이지요 어느 날 열매를 많이 달고 당신과 함께 춤을 추고 싶어요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3.28
장마 뒤의 햇볕 비 오는 내내 나는 우울했어요 사소한 일로 속상해 울기도 했어요 날씨 탓이라고 원망도 했답니다 오랜만에 햇볕 드니 기뻐요 고마워요 내 마음도 밝아져요 "오, 해를 보니 살 것 같네!" 외치는 사람들 속에 나도 있어요 마음에 낀 곰팡이도 꺼내서 말려야겠어요 더 밝은 마음으로 사랑을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3.25
열매 꽃이 진 그 자리에 어느새 소리 없이 고운 열매가 달렸어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나면 수고의 땀이 맺어주는 기쁨의 열매 내가 아파서 흘린 눈물 뒤에는 인내가 낳아주는 웃음의 열매 아프고 힘들지 않고 열리는 열매는 없다고 정말 그렇다고 나의 맘을 엿보던 고운 바람이 나에게 .. 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201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