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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죠?

사는 게 힘들죠?안 그래도 아픈데이게 다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아픈 거고,안 그래도 힘든데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힘든 거란,그 말이 주는 무력감, 자괴감, 그리고 상처를 안다.그래서 나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 기뻤고, 그래서나는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이 긴 글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사는 게 참, 힘들죠?하지만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강세형의《희한한 위로》중에서 -* 희귀병 환자가 겪는 고통을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그런데 고통 속에 사는 바로 그 희귀병 환자가그저 '사는 게 힘든' 사람에게 위로를 보내고 있습니다.살아가는 과정에서 저마다 느끼는 무력감, 자괴감, 상처를알게 된 것만도 기쁜 일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말하는 '희한한 위로'에서 지금의 고통을견디고 이겨내는 ..

2일차(사티마을 가는 길)

여행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버스 타고, 비행기 타고 와서 피곤하고 시간도 뒤죽박죽인데도 아침에는 저절로 눈이 떠지는 게 참 신기하다. 출발 전 현지 안내를 맡은 새로운 가이드(강동희)를 만나 인사한 후 카자흐스탄에서의 첫날 여행을 시작했다.오늘 일정은 사티마을에 가서 점심을 먹은 후 카인드 호수를 구경하는 일정으로, 가는 도중에 검은 계곡에 들러 잠시 구경할 예정이다. 호텔 레스토랑은 직영이 아니고 임대를 준다는데 음식이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니 먹을만 했다. 야외에서 먹는 아침이라 상쾌한 기분이었는데, 사람이 없을 때는 새들이 와서 음식을 먹는 바람에 자리를 비웠던 사람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사티마을에는 상점이 없어서 저녁에 먹을 안주를 살 겸 카자흐스탄 CU편의점 1..

4박 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여행을 시작하며

2년 동안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잠시 휴식기에 접어든 둘째 아들과 4박 6일의 카자흐스탄 여행을 위해 큰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유스퀘어로 향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해 둘째 아들과 만났다. 비행시각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 짐을 부치고 기내에서 주는 저녁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을 것 같아 칼국수와 만두로 간단하게 요기한 후, 출국 절차를 마치고 면세점을 둘러보았다.비행기는 예정보다 5분 이른 18:00에 인천공항을 출발해 현지 시각으로 20:55(한국보다 4시간 늦음, 한국시각 24:55)에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에 도착해 가이드(진재정)를 만나 간단하게 인사한 후, 숙소인 알마티 호텔에 도착해 투숙 절차를 마쳤다. 호텔이 시내에 위치해 저녁에는 산책도 할 ..

(얼레빗 제4992) 184년 전 오늘, 제주로 유배 간 추사 김정희

“국청(鞫廳, 조선 때, 역적 등의 중죄인을 신문하기 위하여 임시로 설치했던 관아)에서 가두어둔 죄인 김정희(金正喜)를 대정현(大靜縣)에 위리안치(圍籬安置)하도록 하라.“ 《헌종실록》 7권, 헌종 6년(1840년) 9월 4일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이로써 조선 후기 선비이자 금석학자, 문인화가, 서예가로 그 이름을 중국에까지 알렸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대정현에 유배를 가게 됩니다. ▲ 제주 대정현의 추사가 위리안치되었던 집 여기서 ‘위리안치(圍籬安置)’란 죄인이 귀양살이하던 곳에서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고 죄인을 그 안에 가두어 두던 일을 말합니다. 그는 탐관오리를 탄핵하다가, 임금과 신하 사이를 이간시킨다는 사유로 임금의 미움을 사서 추자도에 위리안치되었다가 ..

눈을 감아야 별이 보인다

눈을 감아야 별이 보인다별을 보는 데는시간이 필요하다.작은 개울에 떼를 지어 움직이는송사리를 발견하려면 한동안 물속을 들여다봐야하는 것처럼, 얼마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눈을뜨고 별을 찾기 전에 눈을 감아야 한다. 별이한두 개밖에 보이지 않더라도, 가만히기다리며 별빛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주변의 별들이 서서히 보이기시작한다.- 조승현의《고작 혜성 같은 걱정입니다》중에서 -* '별 보기'도 기술입니다.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합니다.눈을 뜨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기다리는시간입니다. 그 사이 마치 별이 태어나기라도 한 듯안 보이던 별이 선명히 보이고 저 멀리 떨어진 별이눈앞으로 바짝 다가옵니다. 사랑과 믿음도별과 같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는 시간,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2020년 9월4일..

우리가 서점을 찾는 이유

우리가 서점을 찾는 이유삶을 살다가어떤 의문에 봉착했을 때 찾아갈 곳이서점이다. 무언가 고적할 때 찾아가서 그고적을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서점이다.책이 있기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책은 언제나따뜻하고 책의 내용은 언제나 옳다. 독서는혼자 하는 행위이지만 위대한 선현들과대화할 수 있고 오늘의 세계인들과교류할 수 있다. 책들은 다정한우리 모두의 친구들이다.- 김언호의《세계 서점 기행》중에서 -* 찻집에는 차가 있고책방에는 책들이 있습니다.언제 찾아도 반겨주는 친구들이 가득합니다.삶은 늘 질문을 안겨주지만 마땅한 답을 얻지못할 때가 많습니다. 외로움 때문에 흔들릴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현명한 답을 주는좋은 스승,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좋은친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서점을찾는 이유입니다.(2021년 9..

(얼레빗 제4991) 100발의 불화살을 발사한 세종 때 ‘신기전’

지난 6월 29일 국립진주박물관 6월 을 맞이하여 우리 전통 무기를 모형으로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특히 앞부분에 폭발장치인 발화통을 붙여 로켓 추진을 할 수 있던 화살로 15세기 조선의 최첨단 과학 기술을 보여주는 ‘신기전’ 만들기를 제공한 것이지요. 신기전은 1448년(세종 30년) 고려말 최무선이 만든 로켓형 화기인 ‘주화(走火)’를 개량한 것으로 대신기전(大神機箭), 산화신기전(散火神機箭), 중신기전(中神機箭), 소신기전(小神機箭) 등의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조선 초기 화약무기의 그림과 규격을 담은 《병기도설(兵器圖說)》에 신기전의 내용 곧 설계도가 있어 현대에 재현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신기전을 ‘로켓’ 박사인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 원장이 1993년 엑스포 개최 당시 개..

꿈이라면 보일까

꿈이라면 보일까눈 코 입 손발다 지우고 이름과 목소리도몸이 되어 실루엣만 남은 사람보지 못해도 걷지 못해도 어디로 가는가아무리 멀어도 꿈이라면 닿으려나아무리 지워도 꿈이라면 보이려나- 이운진의 《당신은 어떻게 사랑을 떠날 것인가 》 중에서 -* 꿈에서라도보고싶은 사람이 있습니다.몸은 떠나고 모습은 사라졌어도그의 자취, 그의 체취는 나의 마음에 영구히각인되어 있습니다. 나의 60조 개의 세포속에스며들어 있습니다. 꿈이라면 보일까,그래서 눈을 감습니다.

나는 앵무새가 아닌지 반성한다

서포 김만중이 지은 《서포만필(西浦漫筆)》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진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각각 그 말에 따라 리듬을 갖춘다면,똑같이 천지를 감동하게 하고 귀신과 통할 수 있는 것이지중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자기 말을 내버려두고 다른 나라 말을 배워서 표현한 것이니설사 아주 비슷하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같다." 곧"한국 사람이 한자로 글을 쓰는 것은 앵무새가 사람 말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주장하는 것이지요.그 당시는 한자 세대여서 한자가 한글보다 편했기 때문이었겠지만우리나라 사람이 우리의 정서를 우리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 앵무새의 말은 소통의 수단으로 쓰일 수 없다(출처, 크라우드픽)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47,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우리’와 ‘저희’

‘우리’라는 낱말은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대이름씨다. ‘여러 사람’에는 듣는 사람이 싸잡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대이름씨는 다른 겨레들이 두루 쓰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우리’라는 대이름씨 낱말은 다른 대이름씨와 마찬가지로 매김씨로도 쓰인다. ‘우리 집, 우리 마을, 우리나라, 우리 회사, 우리 학교, 우리 아기, 우리 어머니……’ 이런 매김씨 또한 남다를 것이 별로 없는 쓰임새다. 그러나 외동도 서슴없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하고, 마침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에 이르면 이런 매김씨야말로 참으로 남다르다. 그래서 안다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건 잘못 쓴 것이고 틀린 말이라는 사람까지 나왔다. 하지만 여기 쓰인 매김씨 ‘우리’는 나를 싸잡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