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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제로? 탄소 중립?

“넷째로, 넷째로 자꾸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고 계속 ‘네 번째’만 반복하나 했다니까. 그런데 분명 환경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거야, 참 내…” 어떤 선배가 투덜대면서 환경학자인 내게 건넨 말이다. 시민운동가와 학자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논의를 하는 자리였나 본데, 참여자 한 분이 논의 대상이 될 만한 주제를 나열하면서 이 말을 꺼냈다고 한다. 환경 정책가와 학자,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퍼진 말, ‘넷째로’는 ‘net zero’를 좀 우악스럽게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요즘은 공식적으로 ‘탄소중립’이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이 말을 쓰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그림1.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등할 때 ‘탄소중립’을 이룬다. 탄소중립이란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양과 흡..

조선의 세자 - 세자란 누구인가

조선의 세자 정 재 훈 (경북대) 1. 세자란 누구인가 두루 알려져 있듯이 세자는 왕조시대 당대의 국왕을 이어서 다음 대의 국왕이 되는 후보자를 가리킨다. 세자를 가리키는 말은 동궁(東宮)ㆍ저궁(儲宮)ㆍ춘궁(春宮)ㆍ이극(貳極)ㆍ정윤(正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존칭어로는 저하(邸下)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세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세자인데, 이 용어는 원래 고려 말 원나라의 간섭을 받아 태자가 격하되면서 쓰이게 된 것이다. 세자 또는 태자는 우리 역사에서 이미 삼국시대부터 존재하였다. 왕위의 부자세습이 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자가 존재하게 되었고, 이후 대체로 장자로 결정되는 것이 관례였다. 고려 때의 〈훈요십조〉에서는 이를 규범화하기도 하였다. 즉, 적자(嫡子)에게 나..

국어책임관을 아시나요?

공공기관에서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가 많다. '국유재산의 관리, 보관을 해태하지 않겠습니다', '가로수 식재 사업 비용 지변 계획서'와 같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면, 정확한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국어기본법으로 ‘국어책임관’이라는 직책을 마련해 두었다. 국어기본법에 의하면, 국어책임관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공무원이나 정책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구청, 시청, 세무서 등 공공기관마다 국어책임관이 존재하고 있다. 국어책임관의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한제국 황실문화의 탄생 (2)

3. 근대주권국가로서 대한제국의 국가상징물들 대한제국은 만국공법 체제 하의 근대주권국가를 지향하는 것이었으나, 황제 즉위식을 비롯한 ‘화려한 군주’와 황실가족의 탄생 모습은 외형상으로는 일단 동양적 황제국의 복장이나 의례를 추수하는 것이었다. 대한제국 황제정과 황실문화가 구래의 중화제국의 황실문화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고종이 선망했던 유럽의 근대제국의 황실문화를 추구할 것인지 그것이 1897년 10월, 어렵사리 탄생한 대한제국 황제정 앞에 놓인 선택지였다. 황제 탄신일을 만수성절(萬壽聖節), 황태자 탄신일을 천추경절(千秋慶節), 황제 즉위일을 계천기원절(繼天紀元節), 태조 고황제(高皇帝) 등극일을 개국기원절(開國紀元節)로 기념일로 제정하고 태극기를 게양하며 축하연을 벌일 때도 그 명칭은 중국 명나라의 ..

대한제국 황실문화의 탄생 (1)

대한제국 황실문화의 탄생 서 영 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1. 황제국 선포의 배경 1897년 대한제국의 탄생은 중국 중심의 전통적 동아시아 국제질서 관념으로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원래 제국(帝國)의 군주를 의미하는 황제라는 칭호는 많은 나라들을 복속시키는 군주가 되고 나서야 이용할 수 있는 칭호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치유신 이후 근대 일본이 이미 동아시아적 계층질서를 부인하고 ‘제국’을 칭했듯이 대한제국 또한 주권국가로서 중국(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의 의지를 제호(帝號)로써 천명했다. 러시아공사관에서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국정운영의 면모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칭제를 적극 추진했다. 칭제 상소에는 전․현직 관료층을 비롯하여 지방의 유학(幼學), 관학유..

조선의 천문과학 -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 체계 확립 ‘측우기(測雨器)’

4. 세계 최초의 강우량 측정 체계 확립 ‘측우기(測雨器)’ 삼국 시대부터 국가가 성립되고 농사가 중요한 생업이 되자 사람들은 비, 바람,구름 등 기상(氣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농경 사회에서 잦은 가뭄과 홍수에 의한 농업 및 인명 피해는 아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특히 강우량은 농사의 풍년 또는 흉년과 직결되었기 때문에 비의 양을 측정하기 시작하였다. 측우기가 발명되기 이전의 강우량 측정 방법은 비가 오면 흙을 파서 빗물이 땅속에 스며든 깊이를 살펴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러한 방법은 정확한 강우량을 측정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측우기 발명에 대한 기록은 『세종실록』에 실려 있는데, 세종 23년(1441년) 8월에 호조에서 임금께 측우기를 설치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각 도 감사(監司)가..

조선의 천문과학 - 해시계와 별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3. 해시계와 별시계인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는 해시계와 별시계의 기능을 하나로 고안하여 낮과 밤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천문 관측 의기(儀器)로서, 세종 19년(1437년)에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 기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해시계의 원리와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규칙적으로 회전한다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일성정시의의 구조와 원리 그리고 사용법은 세종 19년(1437년)의 『세종실록』에 실린 김돈의『간의대기』서문 중「일성정시의명병서(日星定時儀銘幷序)」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세종실록에는 “처음에 임금이 주야 측후기(晝夜測候器)를 만들기를 명하여 이름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라 하였는데, 이..

조선의 천문과학 - 시간과 절기를 한눈에 ‘앙부일구’

2. 시간과 절기를 한눈에 ‘앙부일구’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시계이다. 앙부일구는 조선 세종 16년(1434년) 과학자인 장영실과 이천, 김조 등에 명하여 처음 만들었으며, 그 해 10월에 종묘 앞과 혜정교(惠政橋)에 각기 1대씩 설치했다. 그 후 조선 시대 말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궁궐과 관공서, 사대부 가옥에 이르기까지 널리 보급되었다. 앙부일구는 오목한 구형 안쪽에 설치된 막대에 해 그림자가 생겼을 때 그 그림자의 위치로 시각을 측정하는데, 해 그림자를 만드는 끝이 뾰족한 막대를 영침(影針)이라고 한다. 영침(시침)의 끝은 구의 중심이 되며, 막대의 축을 북극에 일치시켰다. 영침 둘레에는 시각을 가리키는 시각선이 세..

조선의 천문과학 - 조선의 초정밀 과학 기술 ‘혼천시계’

4) 조선의 초정밀 과학 기술 ‘혼천시계’ 국보 230호인 ‘혼천 시계’는 조선 현종 10년(1669)에 천문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송이영이 만든 천문 시계로, 서양식 자명종(自鳴鐘)의 원리와 동양에서 오랫동안 사용해오던 혼천의(渾天儀)를 결합해 만든 것으로 천체 운행과 시간을 알려 주는 과학 문화재이다. 이 혼천시계는 길이 120cm, 높이 98cm, 두께 52.3cm 크기의 나무상자인 궤(시계 장치)와 혼천의(혼천의는 해와 달, 5행성인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의 위치를 측정하는 천문 기기)로 구성되어 있다. 혼천의에는 태양 운행 장치와 달 운행 장치가 있어 천구상의 천체 운동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혼천의의 중심에 위치한 지구의(地球儀, 지름 약 8.9cm)에는 당시 정밀한 세계 지도인..

조선의 천문과학 -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의 주전(籌箭)

3)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의 주전(籌箭) 최근에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의 공평구역 제15·16 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에서 금속활자, 일성정시의 부품 등과 더불어 자동물시계 부품인 주전(籌箭)이 발굴되었다. 『세종실록』에 기술된 자격루는 크게 물의 양이나 유속 등을 조절하는 수량 제어 장치와 이를 바탕으로 시간을 자동으로 알리는 시보장치(time-signal device)로 구성되는데, 이 둘을 연결하는 부전(float-rod) 및 방목(ball-rack mechanism)의 동판(copper-rod)과 구슬방출기구(ball-release appartus)를 포괄하는 주전시스템(Jujeon System)은 신호발생장치이자 동력전달장치이다. 조선전기 자동물시계의 주전으로 판단되는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