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19

203 – 시울

몇 년 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간 적이 있다. 홍콩발 프놈펜 행 비행기 안에서 잡지를 뒤적이다 프놈펜을 한자로는 ‘금변(金邊)’으로 표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금변’, 즉 ‘황금의 변두리’라는 작명의 배경이 궁금했다. 마침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기수를 낮추고 있었다. 저녁 6시 무렵이었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순간 마음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황금의 변두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도시는 벌써 짙은 어둠으로 덮여 있는데, 변두리를 따라 둥글게 황금빛 노을이 불타고 있었다. 검은 도화지 위에 거대한 금반지 한 개가 놓여 있는 듯했다. ‘황금의 변두리’에 포위되어 있는 프놈펜을 내려다보며 나는 중심과 변두리에 대해 생각했다. 중심이 있기에 변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변두리가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