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 말가리 말가리가 닿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작가 로맹 가리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로맹 가리는 1980년 12월 2일 ‘결전의 날이 왔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권총으로 자살한 프랑스 작가다. 콩쿠르상은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데, 가리는 유일하게 ..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18
176 – 퉁 이번에는 ‘퉁치다’의 정체를 캐보자. 다음은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신용불량자 빚 사회봉사로 퉁’/신한은행, 시간당 2만원씩 면제>. 여기에서 ‘퉁’은 분명히 ‘퉁치다’에서 나온 말이고, ‘퉁치다’는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줄 것과 받을 것을 서로 에우다’라는 뜻의 ..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17
175 – 싹수 ‘퉁’ 자가 들어간 말 가운데는 정체가 불분명한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짝퉁, 싹퉁바가지 같은 것들이다. 가짜 명품을 가리키는 짝퉁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만 안 나올 뿐 모든 국민의 공용어가 된 지 오래다. 짝퉁의 유래에 대해서는 가짜가 짜가→짝으로 변화해 ‘비하(卑下)’의 뜻..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15
174 – 뒤퉁스럽다 ‘방짜 유기’의 방짜는 품질이 좋은 놋쇠를 두드려 만든 놋그릇을 가리킨다. 반대로 품질이 낮은 놋쇠는 퉁이라고 하는데, 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는 퉁방울, 퉁주발, 퉁노구 같은 것들이 있다. 퉁으로 만든 엽전은 그냥 퉁이라고 한다. 방울이나 주발은 알 만한 것들이니 넘어가고, 노..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14
173 - 구저분하다 사전에서만 보자면 ‘꿀꿀하다’는 ‘돼지가 꿀꿀 소리를 내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꿀꿀하다’는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꿀꿀하네.” “날씨가 흐리니 왠지 기분이 꿀꿀하다”처럼 쓰인다. 대체로 기분이 별로다, 안 좋다, 우울하다는..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13
172 – 엄벙뗑하다 “5.16 쿠데타가 일어났던 그해 태어나 지금까지 마흔 몇 해를 엄벙뗑 살아왔다”고 나는 내 책의 날개에 실린 자기소개에 적었다. 여기에서 나는 ‘엄벙뗑’이라는 말을 ‘어영부영’이나 ‘얼렁뚱땅’과 같은 뜻일 것으로 생각하고 썼다. 그런데 사전을 찾아보니 ‘어영부영’은 ‘뚜..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09
171 – 오그랑이 한쪽으로 옥아 들어 곱은 물건을 고부랑이라고 하는데, 오그랑이와 고부랑이에 공통으로 붙는 ‘-랑이’는 오목한 부분을 뜻한다. ‘오목하다’의 반대말은 ‘볼록하다’인데, ‘볼록하다’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진보, 여유, 긍정 개방이라면 ‘오목하다’라는 말은 보수, 결핍, 부..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08
170 – 올곧다 ‘올곧다’가 ‘옳다’와 ‘곧다’가 결합해 ‘옳곧다 → 올곧다’의 변화 과정을 거쳐 된 말인지, 아니면 ‘올이 곧다’는 뜻에서 나온 말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립국어원의 견해도 조금 헷갈리는 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전자를 수용하고 있는데, 홈페이지에서는 후..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07
169 – 옥다 옥장사는 움직씨 ‘옥다’, 옥니는 그림씨 ‘옥다’에서 파생된 말이다. 옥장사는 오그랑장사의 준말이고, 오그랑장사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고 밑지는 장사를 뜻한다.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늙은이가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3대 거짓말로 꼽히는 것이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인..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06
168 – 오달지다 어렸을 때 들어서 기억에 새겨둔 말들 가운데 하나가 ‘오지다’라는 말이다. 무엇을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매 오진 거…” 하실 때 벙그레 웃음꽃이 피어나던 외숙모, 큰어머니, 당숙모, 고모님의 얼굴이 생각난다. ‘오지다’는 ‘오달지다’와 같은 뜻인데, ‘오달지다’.. 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2019.10.05